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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科技정책에 바란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동북아 허브 구축, 지역 균형발전 등 21세기 비전을 목표로 숨가쁘게 달려왔던 2003년이 막을 내렸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스스로 설정한 국민소득 2만불이라는 목표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섰는가? 소득 2만달러 국가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것은 과학기술이다. 기술력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도, 경제강국이 될 수도 없다. 과학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된 것이다. 과학기술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교육자, 기술자, 기업, 대학, 연구소의 혼연일체가 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과학기술정책으로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대와 희망을 담아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에 바라는 것을 새해의 소망 삼아 얘기하고 싶다. 첫째, 경쟁력 있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우선과제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해당산업의 이익집단으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정책을 대행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자립형, 자주형, 자발형 민간협의체를 확립하는 데 산학연 협력시스템 성공의 길이 있다. 핀란드 울루 클러스터 사례를 살펴보면 핀란드 중앙정부와 울루지역 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해서 울루대학을 IT 중심대학으로 키웠다. 그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20여명의 민간대표가 모여 지방혁신, 기업혁신 계획을 먼저 세우고 테크노파크의 주체가 된 후 울루시가 매칭펀드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처럼 21세기는 민간협의체가 주도하고 국가연구기관을 비롯한 대학이 협력하며 정부부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또한 민간 기업이 매칭펀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매칭펀드를 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기존 방식을 탈피하여 민간협의체가 과제를 선정 제안하고, 연구개발 파트너(대학, 출연연구소)를 정하고,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진정한 민간주도형 연구개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둘째, 1~2개의 국책연구소를 국가 대표연구소로 육성하여 글로벌 과학기술, 첨단산업기술 공동 연구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기초 과학기술의 씨앗(Seeds)이 지속 공급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과학고, 영재학교 출신과 같은 과학영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장,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가 공동 연구하고 싶은 국제협력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출연연구소는 독일의 산업연구협회연합회(AIF)처럼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특화된 연구소로 통합,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범부처의 총력적 협력을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10개 정도의 연구중심대학을 획기적으로 조기 육성하여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과학기술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 육성은 정부 모든 부처가 협력해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에 집중 투자해 연구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이 지속 공급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배출될 과학기술인재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계가 안고 있는 고도의 기술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산학협력에 의한 맞춤형 인재양성을 위해 폴리테크닉형 대학 확산과 공학교육인증제도 확산을 통해 공학교육 전반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무수하게 많은 정책과 제도를 끊임없이 도입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이 효과를 발할 때까지 관심 갖고 기다리며 성장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 정책과 제도는 도입만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입기, 성장기를 거쳐 성숙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전시행정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집행과 개선이 필요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제대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2004년은 원숭이의 해이다. 원숭이는 자만심이 많고 경솔하지만 영리하고 민첩하며 창의적인 동물로, 중국에서는 베이징올림픽의 개최정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마스코트로 원숭이 손오공을 선정할 예정이다. 손오공도 자기 재주만 믿고 경솔한 약점이 나타날 때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부처님에게 잡혀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크게 깨달은 후부터는 특유의 창의성과 지혜, 끈질긴 노력을 통해 삼장법사의 불경을 구하는 큰 일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까지 도술을 부리는 손오공과 같이 정책 남발로 난관에 부딪힌 과학기술계가 2004년에는 단 하나의 정책이라도 제대로 실행하고 정책 하나 하나의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손욱(孫 郁) 삼성종합기술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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