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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닐 前재무 회고록 파문
입력2004-01-13 00:00:00
수정
2004.01.13 00:00:00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을 역임한 폴 오닐의 회고록 `충성의 댓가`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독선과 정책 결정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백악관과 공화당은 편안치 못한 눈치다. CBS 방송은 일요일(11일) 프라임타임 프로 `60분`에 오닐 전 장관을 초대했고, 시사주간지 타임도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책 요지를 상세히 싣고 아울러 정가 반응을 덧붙이는 등 미국 언론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오닐 전 장관은 딕 체니 부통령과 절친한 사이였지만,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서운해 했다. 자신은 대규모 감세정책과 수입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조치에 반대했지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체니 부통령에 밀려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대화보다는 혼잣말로 일관하며, “귀 먹은 사람이 가득찬 방에서 장님과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오닐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많다. 재직중에 행정부내에서 적절한 정책 조율을 하지 못하고, 뉴욕 금융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엉뚱한 발언으로 언론에 자주 구설수에 올랐던 그였다. 그러나 그의 회고록이 주목을 받는 것은 부시 정부내에 원만한 대화와 합의가 진행되지 않고,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경 보수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외교통상부 고위 간부들이 대통령을 폄하하고, 직무와 관련한 정보를 누설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중징계가 논의되고 있다. 오닐은 관복을 벗은 후 1년 후에 자신이 몸담은 정부를 비판했지만, 한국에서는 현직 공무원이 사석에서 한 발언이 구설수에 올라있다. 토론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건, 열린 정부를 구호로 내걸고 있는 한국에서건, 권력의 핵심 세력은 정부 내에 다른 주장과 비판이 제기되는 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는 공간이 공직자에게는 닫혀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비슷한 소재에서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정부의 열려 있는 정도다. 백악관은 오닐 전장관의 회고록과 관련, 일체의 코멘트를 자제한 반면, 청와대는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먼저 손을 쓰고 경고했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의 열린 공간이 넓은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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