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매출액이 5년 만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4.32%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23일 한국은행이 상장법인 1,536개사와 비상장 주요법인 195개사를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기업들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0.1%) 이후 5년 만이다.
수출 대기업이 몰려 있는 제조업의 매출감소가 특히 두드러졌다. 제조업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2.5%로 △전기가스업 1.3% △건설업 1.2% △서비스업 -0.4%에 비해 크게 낮았다. 원화강세와 스마트폰 시장 부진의 여파로 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액이 7.3% 줄었고 유가하락 여파로 석유화학 업종 역시 3.0% 감소했다.
2013년 연평균 1,095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53.2원으로 하락, 수출기업에 부담을 줬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물가가 6.0% 하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고꾸라졌다. 조사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3%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가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 전반적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수입물가와 수출물가 모두 하락한 것을 볼 때 매출원가는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판매관리비 증가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다소 개선됐다. 장기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부채 비율은 지난해 91.9%로 전년(95.5%)에 비해 감소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25.8%에서 25.3%로 줄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부채상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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