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기업여신 심사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주문하는 등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에 본격 나섰다. 중국의 경기부진과 미국의 금리인상 임박 등 대외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의 리스크로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오는 10월 말에 출범하는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중심으로 부실기업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고 경고했음에도 금융권의 기업 돈줄 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저금리 기조와 기술금융의 영향 등이 있지만 기업의 영업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부채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을 주목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그러면서 "앞으로 기업부채가 우리 경제의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업부채 상황을 먼저 점검한 후 리스크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금융권의 선별능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최근 17개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선제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당국이 기업부채 관리에 본격 나선 것은 일부 업종의 불황이 심화하고 우리 경제와 밀접한 중국의 경기마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국내 금리도 올라가 이자비용도 못 내는 부실기업이 크게 증가하면 금융권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임 위원장도 "비상장사를 포함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2,000곳에 달한다"며 "이런 기업들에 닥칠 어려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우선 기업부채 현황과 적정 수준에 대해 살펴본 후 10월 말 출범하는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원은 이날 '기업부채연구센터'를 발족하고 기업부채 현황은 물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이 이어지면 조선업종을 비롯한 일부 업종은 1~2년 내 부실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선제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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