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은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 채권단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박 회장과 가격을 재협상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채권 금융사 중 다수가 '7,935억원에 매각한다'보다 '연내 매각'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온 뒤 산은과 박 회장 측이 가격협상을 위해 마주앉는 것은 처음이다. 이제 관건은 협상가격이다. 우선 산은은 7,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8,000억원선 중반을 주장했던 미래에셋을 포함한 재무적투자자(FI)들도 이 가격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으며 일부 시중은행은 6,800억원 안팎의 가격이면 매각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 가격 관련 심리적 저항선이 7,000억원선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채권단도 이 수준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연내매각으로 결정은 됐지만 최종 매각 가격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채권단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당초 8,500억원 이상을 주장하던 FI들도 큰 폭으로 양보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연내매각으로 대세가 정해졌기 때문에 채권단도 실현 가능한 금액으로 조기 매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은은 연내매각이 전제조건인 만큼 10월 초까지 매매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일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도 협상가격 결정, 협상 종료 후 채권단에 안건 부의와 결의,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일정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9월 중순 이전에 가격이 확정될 수 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1일 채권단에 총 6,503억원(주당 3만7,564원)의 인수가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채권단이 연내매각에 손을 든 것은 매각 가격을 낮춰서라도 이번 기회에 매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공개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럴 경우 박 회장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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