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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법안 생존보장' 향후협상 최대관건
입력2002-02-18 00:00:00
수정
2002.02.18 00:00:00
■ 꼬이는 하이닉스 협상구도채권단, 마이크론서 직접투자등 "전면재협상 필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무리한 인수조건과 반도체 경기의 회복 등이 맞물려 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이 난항으로 빠져들면서 '독자생존'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채권단이 지난 15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마이크론의 양해각서(MOU) 초안이 '무리한 요구'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독자생존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주요 쟁점별로 수정안을 제시하기로 하면서 마이크론과의 최종협상 결과에 따라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하이닉스 이사회가 '선 독자생존안'을 결의, 협상구도는 더욱 꼬이고 있다.
◆ 채권단, 이르면 이번주 내 재협상 돌입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제시한 MOU 초안은 40억달러라는 전체 매각금액 기준을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과격한 방안"이라며 "주요 인수조건에 대해서는 전면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도 마이크론측이 제시한 MOU 초안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제기됐다.
채권단은 특히 메모리 부문 매각 이후 남는 비메모리 잔존법인의 생존을 위해 마이크론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채권단은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내 채권단 전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마이크론에 우리측 의견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 재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다.
◆ 수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나
채권단은 일단 마이크론이 40억달러를 인수 상한선(Headline Prices)이라고 못박은 만큼 다른 부대조건들에 수정안의 무게를 담기로 했다.
우선 MOU에 비메모리 잔존법인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투자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40억달러 중 잔존법인의 생존을 위한 확실한 투자분을 확보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대조건들 중에서는 ▲ 매각대금의 처리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 신규지원 및 후순위채 인수 요구 등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다시 협상을 해야 하며 ▲ 매각대금의 절반을 관리계좌에 넣은 후 추후 부실이 드러날 경우 매각대금에서 이를 제외하겠다는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채권단이 충당금 적립분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의 절반 이상만 회수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이크론이 채권단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이번 협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독자생존'에 힘쏠린 하이닉스 이사회
하이닉스 이사회는 이날 장시간 마라톤회의를 가진 끝에 '선 독자생존, 후 매각' 방안을 결의했다. 당초 이날 회의가 마이크론과의 협상안에 대한 입장을 담기로 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그만큼 이사들이 마이크론측의 협상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는 특히 매각을 위해서는 잔존법인의 생존을 위한 마이크론의 직접투자를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한다고 요구, 이 부분이 협상의 최대 관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도 이날 하이닉스의 독자생존론을 다시 한번 밝혔다. 신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깨질 경우 독자생존과 함께 다른 업체와의 제휴ㆍ매각협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처리는 상당 시간 지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하이닉스 처리가 당초 예상보다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측 제안에 대한 우리측 수정안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추가 협상을 해야 하는데다 양측의 입장차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이번주 중 MOU를 체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러야 다음주께 MOU 체결 가능성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그나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신규자금 투입 등을 둘러싼 험난한 과정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기기자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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