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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높이 돋아 멀리 비춰라
입력1998-10-02 18:27:00
수정
2002.10.21 23:08:59
올핸 유난히 한가위 둥근달을 맞기가 부끄럽다. 조상 앞에 성묘가기가 송구스럽다. 이웃을 만나기가 민망적다.
아무리 답답하고 찌들어도 추석만큼은 풍요롭고 넉넉했었다. 손에 쥔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너그러웠다. 성묘길은 붐볐다. 귀향길은 왁자지껄 했다. 가슴은 고향과 추억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못한 것같다. 너 나 할 것없이 암울하다. 정의를 나눌 여유가 없어 보인다. 위로를 주고 받을 느긋함이 없어 보인다. 모두가 가난해 졌고 주머니는 비었다. 웃을 일이 별로 없다. 얼글이 밝게 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주변엔 온통 걱정거리 뿐이다. 마음만 바빴지 기대하는 만큼 되는 일이 없다. 정부는 경제회생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경기는 바닥모르게 침잠되어가고 있다. 기업은 돈줄이 달려 울상이고 부도막기에 숨이 차다.수출이 잘 되는 것도 아니어서 공장이 돌지않고 있다. 상인들은 그들대로 장사가 되지않아 문을 닫는 편이 나을 거라고 한다.
가정마다 실업자나 취업을 포기한 가족이 적어도 한 두명은 있다.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올라가기만 한다. 거리에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실직자로 넘쳐나고 있다. 농민들도 우울하기는 도시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연거푸 몰아친 수재에 풍년을 잃었다. 풍년가 대신 수심에 빠졌다.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편할리 없다. 사정과 개혁의 회오리 중심에 놓여 있다.
국제통화기금 체제아래서 맞는 사상 최악의 불경기가 우리의 추석을 앗아간 것이다. 그렇다고 이 불경기의 끝이 언제인지 앞이 캄캄하다. 아무도 모른다. 말해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추석은 우리의 최대 명절이다. 명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은 너그러울 수 있다. 그래서 고향으로 달려간다. 차례상을 차리고 작은 선물을 보내고 받는다.
고향으로 데려다 주는 고속도로나 국도는 또 한번 번잡하고 소란스럽게 붐빌 것이다. 가족이 동원되는 성묘길도 부산할 것이다. 그런가운데 흩어졌던 가족애가,이웃의 정의가 옛날얘기처럼 꽃을 피울 것이다. 이 정겨운 모습이 우리의 명절 한가위에 담겨있는 의미다. 아무리 사정이 어렵다해도 추석이 맺어주는 끈끈하고 따뜻한 정감을 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다.
올해 추석 나흘 연휴는 희망의 나눔이며 도전의지를 다지는 쉼이었으면 한다. 불안과 불확실을 털어내고 자신감을 키우는 기회였으면 한다. 위로의 선물을 들고 가고 희망의 선물로 바꿔들고 왔으면 한다.『달아 높이곰 돋아샤 멀리곰 비치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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