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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44.맥가이버 당신

여주 식물원에서 기르는 진돗개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새끼들은 악착같이 어미 젖을 빨며 잘 자랐다. 밥을 먹게 된 후에는 밥그릇을 따로 마련해 주었는데 그들은 어미 밥까지 넘봤다. 그러자 어미는 새끼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한옆에 물러나 있다가 자리가 비어야 겨우 밥을 먹곤 했다. 새끼들이 중개가 되도록 자라도 어미는 여전히 새끼들이 먹고 물러난 다음에야 밥그릇에 입을 댔다. 그러다 보니 점점 어미의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새끼들을 떼내 광주 물류창고로 보냈다. 2주일 전 나는 이 기특한 모성을 지닌 어미에게 새집을 지어 주기로 하고 연장을 챙겨 들었다. 이것저것 판자들을 주워 모아 뚝딱거려 집을 완성하고 페인트를 직접 사다가 칠하여 마무리했다. 누군가 뭘 그런 걸 손수 하느냐고 했지만 모처럼 해보는 목공이라 재미도 있고 더구나 기특한 녀석에게 선물로 만들어 주는 일이라 생각하니 더욱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보는 이마다 개집을 참 잘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저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지 실제 내 솜씨가 제법 쓸만한지는 잘 모르겠다. 개집은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막상 만들고자 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될 것이다. 과학이 기본원리를 이해하지 않고는 폼 나게도, 실용적으로도 만들 수 없다. 어려서부터 나는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일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찬찬히 살펴보고 원리를 이해하거나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 직성이 풀렸다. 그 중 기계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우리 집은 말할 것 없고 누구네 집에 뭐가 고장 났다고 하면 무조건 달려가 뜯어 보고 고치려 들었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다 보니 어느새 솜씨가 늘어 집안 전기제품이면 웬만한 건 내 손으로 못 고치는 게 없게 됐다. 수년 전에 `맥가이버`라는 미국 TV 드라마 시리즈가 국내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다. 맥가이버라는 주인공은 아무리 어렵고 위험한 지경에 처해도 뛰어난 지혜와 손재주, 과학적인 지식을 응용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는 인물이다. 이 때 맥가이버가 응용하는 지식은 수학에서부터 물리 화학 생물학 기계 전기 등 광범위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고도의 전문지식이 아니라 초중고에서 배울 정도의 기초적인 것이어서 `아, 그렇구나` 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맥가이버는 기초적인 과학기술의 지혜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교육 프로그램인 셈이었다. “당신은 맥가이버야.” 가끔씩 드라마를 봤던 아내가 나에게 붙여 준 별명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휴일에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세차를 하거나 차량을 수리하는 사람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가벼운 고장은 대부분 부품을 사다가 손수 고친다. 그러나 우리는 운전면허 10년에 운전은 자신 있다면서도 타이어 교환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려고 들면 해내지 못할 사람이 없을 텐데 굳이 알아 두려 하지 않는다. 서비스 산업이 발달해 득달같이 달려오는 AS차량이 있는데 굳이 타이어 교체 방법을 모른들 무슨 대수냐 하겠지만 만일 통신이 전혀 안 되는 고립된 지역에서 문제에 부닥쳤다고 가정해 보라. 중고등학교에서 동력을 만들어 내는 외연기관과 내연기관에 대해 가르치고 전기기술도 배우지만 생활에 응용한번 해보지 않고 끝을 맺는다. 실습 없는 이론은 의미가 없다.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을 칠 때도 엔진 등 기관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지만 정답만 외워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지식은 필요한 곳에 활용될 때야 비로소 살아있는 게 아닐까.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탈무드의 교훈이 있다. 탈무드의 숱한 교훈들 속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다. 내 생활 속에 실천하고 싶고 내 이름으로 만들어 내는 많은 책들 속에 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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