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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토종작품' 크게 줄었다
입력2004-05-31 17:03:45
수정
2004.05.31 17:03:45
신간 15권중 1권꼴 그쳐… 돈되는 번역서는 봇물 경쟁력 강화 나서야
한국 출판가에 한국 저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1주일에 국내서 발간되는 신간은 평균 150여권. 그 중 국내 저자들이 쓴 책은 10여권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저자에 의한 저작물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다.
국내 베스트셀러 현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점가에서 가장 판매율이 높다는 경제서의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드는 책 중 절반이상이 번역서다.
한국 출판연구소의 2002년 해외 번역서 출판현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번역서 비율이 전체 발간물 중 32% 정도. 이는 지역적으로 미국 편항적 특성을 지닌 멕시코(34%)를 제외한 독일(14%)ㆍ일본(15%) 등 해외 번역서 발간이 활발한 국가들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출판연구소측은 최근 신간 중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 조사 당시보다 더 높아 OECD국가 중 최고라고 밝혔다.
토종 작가의 기근 현상은 계속되는 출판업계의 불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해외 베스트셀러 번역이 국내 저자 발굴보다 짧은 시간에 안정된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 게다가 국내에서는 몇몇 유명 저자를 제외하고는 외국 지식을 그대로 도입하려는 노력 뿐 자신의 지식을 풀어 낼 만한 담론의 주도자가 없으며, 쉬운 글쓰기가 안돼 국내 저자 발굴을 꺼린다는 것이 출판사들의 입장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는 98년 국내 처음 소개된 후 지금까지 약 600만부 이상이 판매돼 소설부문에서 드물게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번역 발간된 그의 신작 ‘해변의 카프카’(문학사상사刊)는 채 1년도 안돼 3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저자는 국내에서 선 인세로 30만 달러 이상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출판사는 이 책 한권으로만 54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대접을 받는 작가는 ‘전무’하다는 게 출판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출판사들의 무작정 따라 하기식 번역서 발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 번역서 중 베스트셀러가 되면 유사 번역서가 발간되는 것이 국내 출판가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프랑스에는 3종밖에 없는 어린왕자가 국내에는 113종이나 발간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번역서가 느는 것은 해외의 지식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국내 지식산업의 침체와 아울러 문화적인 해외 편중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백원근 출판연구소 차장은 “출판업계가 지나친 상업주의를 버리고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식정보 사회에서 출판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저자 발굴은 물론 독자의 니즈 파악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장선화기자 indi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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