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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입력2001-05-20 00:00:00
수정
2001.05.20 00:00:00
"정부는 기업요구 과감히 수용해야"대담: 박원배 산업부장 wobapark@sed.co.kr
"모든 문제는 시장논리에 따라 풀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재벌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며 강하게 외치는 재계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의 말이다. 손 부회장은 '시장경제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또 그런 평가를 받고있다.
손 부회장이 "정부는 과감하게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을 감안해 우리기업들이 외국기업에 역차별을 받지 않으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말은 시장경제에 대한 그의 확신을 잘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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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부회장은 "기업이 ' 파란 신호등'을 보고 달리는데 출자총액제한과 같은 '빨간 신호등'이 번번이 나타나 정지시키고 있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재벌정책의 재고를 거듭 촉구했다.
-최근 국민적 관심속에 정ㆍ재계 간담회가 열렸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와 재계가 매듭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는 공감대를 마련했다고 본다. 정부와 여당도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규제를 철폐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기업은 핵심역량을 강화해 구조조정 노력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간담회에서 구성키로 한 민ㆍ관 태스크포스(TF)팀은 어떻게 운영되고 무슨 일을 하게되나.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다루는데 초점을 맞춰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재경ㆍ산자ㆍ건교부 등과 전경련이 같이 팀을 만들기로 했다.
이달말까지 결론을 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서로간 신뢰와 규제완화를 위한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신뢰가 형성되려면 5+3원칙(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 핵심역량 강화, 지배주주ㆍ경영진 책임성 강화+제2금융권 지배구조개선, 순환출자 억제와 부당내부거래 차단, 변칙상속ㆍ증여의 방지) 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정부가 지엽적인 것만 수용한다면 신뢰 구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이와 관련, 전경련은 최근 출자총액제한 폐지입장에서 벗어나 구조조정과 신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출자와 SOC투자, 분사기업에 대한 출자는 예외로 해 달라는 것, 내년 3월까지 출자초과분을 해소하지 못할 때 과징금을 부과 하는 제도의 연기, 재무구조 우량기업에 대한 예외인정 등 9개항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와 약속한 '5+3원칙'은 그대로 지켜지는가.
▦기업들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많이 변했다. 이제는 어느 기업도 무모하게 사업을 벌이지 않는다.
현금흐름을 중시하게 됐으며 소액주주운동이나 사외이사제 도입 등도 이뤄졌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은 지켜야 하지만 원칙만을 강조해서는 안된다.
제일 곤혹스러운 것은 재벌규제를 풀자고 하면 '반개혁' 혹은 '개혁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경제는 살아 움직인다.
주변 상황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출자총액이 늘었다고 IMF 이전으로 회귀하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억지다.
-강봉균 KDI 원장은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불투명해 기업가치가 24%나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는데.
▦기업만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된다. 기업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한국이란 상황속에서 인식돼야 한다. 선진국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국가적인 리스크가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기업이라면 지금보다 가치가 훨씬 높을 것이다. 기업들은 IMF 이후 기업지배구조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경영투명성을 높여왔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도입, 회장의 대표이사 등재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정치자금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고 비용 정치 시스템인데다 규제가 많다. 규제를 풀어야 부패나 불투명성, 관치가 해소된다.
-재벌정책이 정치쟁점화됐다. 일부에선 경기침체에다 정부의 힘이 약화된 것을 이용해 재벌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는데.
▲재벌정책의 수정과 규제완화가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기업의 경영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규제완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진념 부총리가 "외환위기 이후 규제를 풀겠다"는 강연을 할 때 이미 재계에다 규제완화에 대해 건의안을 내라고 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돌출발언(민병균 자유기업원장의 우익궐기)이 나고 정치쟁점화돼 정부와 재계가 마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재벌정책이 완화되면 선단식 경영의 폐해가 되살아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깨야 할 신화'가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문어발은 나쁘다"는 것이다. 나막신과 양산 장사를 같이 하면, 다시 말해 다각화하면 맑을 때나 비가 올 때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미국 GE는 안 만드는 것이 없다. IMF 이후 30대그룹중 14개가 쓰러졌는데 하나만 고집하다가 그렇게 된 곳이 많다.
반드시 전문화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투명하게 경영하고 고용창출하고 세금내면 된다. 또 중소기업고유업종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깨야 한다.
외국의 큰 기업이 마구 몰려드는데 그들은 풀어 놓고 국내 대기업만 규제하면 뭐하나. 기업은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해야 한다는 논리도 말이 안된다.
전문경영인이든 오너든 경영만 잘하면 된다. 2세 세습도 비판하는데 능력만 있으면 문제될게 없다고 본다. 상속과정에서 적법절차를 밟으면 되고 위반 여부는 법이 판단하면 된다.
-재계는 정부의 경기부양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을 주장했다. 전경련이 강조하는 경기부양 방법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상의에서 주장한 감세정책이 경기부양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좀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경제는 현재 거시경제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다. 금리가 낮으면 증시가 오르고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그렇치 않다.
그것은 금리인하라는 ' 파란 신호등'을 보고 달리는데 부채비율 200%, 출자총액제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기준 8% 등 '빨간 신호등'이 번번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투자하라 하고 다른 쪽은 못하게 막고 있다. 감세를 하기 전에 투자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소비가 살아나는 등 경기가 나아지는 듯한데 경기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각종 경기지표는 좋다. 전경련이 매달 조사하는 경기실사지수(BSI)를 봐도 그렇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나고, 국내에서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 완화나 금융시스템 안정, 노동시장 유연성이 이뤄져야 한다. 좀 지켜 봐야 하겠지만 본격적인 경기호전은 내년쯤 가야 (반등이)가능할 것이다.
-'시장경제의 전도사'를 늘 자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시장경제를 꽃피우기가 힘들다. 법과 제도가 그렇고 도덕윤리와 건전한 시민의식이 부족하다. 평등주의가 강한 것도 시장경제를 막는 요인이다.
대기업에 대한 관념도 문제다. 세계 500대 기업중 우리나라는 4개밖에 없고 그나마 민간기업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뿐이다. 우리도 미국식 시장경제로 가야 한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기업은 자기 책임 아래서 효율을 추구하고 혁신해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민간의 창의가 샘솟도록 해야 한다. 전경련 차원에서 윤리헌장을 만들고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수혜를 입으면서도 우리는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을 애정을 갖고 키워야 하고, 기업은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전경련이 추진할 중점 운영 방향은.
▲올들어 회장단 회의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회장사들이 월례 회장단회의에서 식사나 골프 등을 초청하겠다고 서로 나설 정도다. 앞으로 기업들이 경제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그동안 구조조정한다고 생존에만 급급했는데 앞으로는 신시장 등 수출시장 개척에도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에 기업인들이 많이 동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에 있는 한ㆍ미 재계회의를 활용해 통상문제도 대처해야 한다. 정보기술(IT)인력 육성을 위한 IT 검정시험제를 실시하고, 해외 IT 전문가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도록 미래형 병원 등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리=고광본기자 kbgo@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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