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개월새 7조원, 올들어 19조원이나 늘어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사랑’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의 경기부진 우려를 피해 성장세가 견고한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은 올들어 19조원이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75조원을 넘어섰다. ◇ “한국 채권 사자”=24 23 753,000, 75. 191,000, 8 32,000.
7월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채권시장에 대한 러브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에도 불구하고 전체 국내 채권 발행잔액(1,205조원) 가운데 외국인들의 보유비중이 아직 6.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매수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채권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이 비중이 10%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들이 이렇게 국내 채권시장에 몰리는 것은 국내 경제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안전자산으로서의 채권에 대한 재평가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국내 경기회복세가 빠르고 절대금리 수준이 높은데다 원화 강세에 따른 투자메리트까지 생기면서 해외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및 유럽 경제에 더블딥 우려가 나오면서 오히려 한국 채권이 대안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박성진 삼성자산운용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목적이 재정거래에서 점차 양호한 펀더멘털 여건에 기댄 장기투자로 바뀌고 있다"며 “펀드멘털에 비해 보유 채권비중이 작다는 것이 투자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가들의 출신지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ㆍ미국 쪽 자금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중국ㆍ태국 등 그동안 경제성장으로 자본을 확보한 아시아 쪽에서 자산배분 차원에서 한국 채권을 사는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순투자액(순매수-만기상환)이 2조4,800억원으로 룩셈부르크(4조3,100억원)과 미국(2조7,500억원)에 이어 3번째로 올라섰다. 중국은 국내 채권을 4조3,5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단기간에 달러자산을 줄이고 국내 채권을 사들인다는 것은 다소 과장됐다”면서도 “중국계 자금의 이론적 추가투자규모는 20조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급락에 따른 조정가능성도=최근 외국인의 집중적인 국내 채권 매집과 국내 기관들의 동반 매수가 이어지면서 채권 금리가 급락하고 있다. 24일 채권시장에서 대표적인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물은 전일대비 0.03%포인트 하락한 4.11%로, 앞서 5거래일동안 0.23%포인트나 하락했다. 국고채 20년물은 지난 5거래일동안 0.22%포인트나 하락한 4.68%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의 단기 조정가능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상향조정하려고 하는 차에 단기적으로 시장금리가 너무 많이 떨어져 차익실현의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앙호하고 현재 경기회복 구간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는 기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행이 9월에 기준금리 추가인상은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금리의 추가하락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들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채권시장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임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우호적인 수급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채권 강세 분위기를 이끌 고 있다”며 “현재 낮은 금리 수준만으로 채권을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