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란 어떤 존재일까? ‘현모양처’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여성상은 변하고 있지만, 여성으로 겪어야 할 사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오히려 자기 일과 가정 일을 모두 멋지게 감당할 줄 아는 ‘슈퍼우먼’으로, 오히려 과거보다 더 무거운 굴레가 씌워졌다. 2005년,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다. EBS가 오는 3일부터 방송할 다큐멘터리 ‘리얼다큐 여자’(목ㆍ금 오후9시30분)는 오늘을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문제를 소재로 다룬다. 일과 사랑 사이에서, 남편과 자녀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렌디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서가 아닌, 퇴근 후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신경전을 펼쳐야 하는 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다. 3일 방영될 첫 회 ‘바깥양반으로 사는 여자’에선 전업주부 남편과 사는 직장 여성의 이야기를 아내의 관점에서 풀어본다. 공무원인 이정희씨는 7년간 살림을 도맡아 해 온 남편이 고맙기만 하다. 벌써 딸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딸을 잘 키운 남편을 믿기 때문에 아내는 둘째 아이를 계획하지만, 남편은 이런 아내가 무책임하다며 서운해한다. 2회 ‘열아홉 월금이’편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딸의 이야기를 담는다. 45년을 함께 산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딸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남들은 ‘노망난 할머니’라고 흉보지만, 딸의 눈에는 열아홉 소녀로 돌아간 엄마의 천진한 모습만이 들어온다. 무뚝뚝했던 딸은 오히려 치매 엄마 덕분에 밝고 명랑해지기까지 했다. 딸과 엄마와의 신기한 동거가 시작된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남선숙PD는 “남 얘기가 아닌 바로 나의 어머니, 나의 딸 등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해 공감대를 형성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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