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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돌 특집] 루디거 돈부시-美 MIT대 교수

[창간40돌 특집] 루디거 돈부시-美 MIT대 교수美연착률 순탄…신경제 기반 다진다 [영어 전문 보기] 세계 경제는 두가지 중대한 위험에 직면해있다. 하나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일본이 현재 진행중인 완만한 경제회복을 계속 달성하지 못하는 일이다. 미국의 위험은 심각하지는 않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경기를 둔화시키지 못하면 나중에 조금 더 어려운 조건아래서 보다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될 뿐이다. 종전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고, 아주 좋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끔찍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FRB가 경기둔화를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아 증시와 경제가 붕괴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책 입안자들이 실용적이고 매우 세심한 통화론자들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미국의 건전한 재정이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기둔화정책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정말로 없다. 일본이 경제회복에 실패할 가능성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구조조정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섣부르게 예산을 줄인다면 일본 경제는 불황으로 다시 미끄러질 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다시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 정말로 가늠할 수 없게 된다. 또 중앙은행이 자신의 역할을 근엄하게 고집하면서 금리를 올릴 위험성도 여전하다. 성급한 금리인상은 정말로 끔찍한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중앙은행이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은 실정이다. 일본은 지난 97년에도 경기회복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번이 아마도 마지막 기회일 지 모른다. 유럽은 요즘 경제상황이 좋은 편이어서 큰 문제가 아니다. 성장률은 앞으로 조금 둔화될 것이다. 유로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점점 사라지고 고금리와 미국의 경기둔화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당장 눈에 띄는 문제를 안고 있지 않으며, 그렇다고 크게 좋은 이슈도 없는 상황이다. 자존심은 상했겠지만 경제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던 유로화의 약세는 조만간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기적으로 볼 때 유럽 경제는 미국을 계속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경제의 급성장 가능성도 없다. 2000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소한 10년이내에는 가장 좋은 해인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장래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불가피한 미국의 경기둔화, 반갑진 않지만 별로 큰 폭도 아닌데다 오히려 필수불가결하다고 볼 수 있는 유럽의 성장속도 감소, 일본의 경제성장세 강화 등이 우리의 앞에 놓여 있는 장래의 모습이다. 이론적으로는 나머지 세계는 미국 경제의 뒤를 따르게 되어있다. 아마 경기가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계속 가장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기둔화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높은 고용비용, 지난해 하반기 기록적인 수준였던 생산성 증가세의 둔화, 소비자물가의 상승 등이 문제였다. FRB는 0.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강력히 대처했다. 그 이전까지는 인플레 압력의 증가에 대비, 금리를 점진적으로 0.25%포인트씩 올리면서 방어벽을 쌓다가 그때부터 인플레의 가시화에 본격적으로 대처했다. 향후 전망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경기둔화의 시작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나오면서부터였다. 어쩌면 수면하에 잠복해있던 실제 상황이 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시장은 금리인상 행진이 거의 끝났고, 기껏해야 한두 번의 추가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고, 이같은 연착륙은 증시에 굉장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견해는 성급한 것일 수 있다. FRB는 지난 1년간 금리를 2%포인트나 올렸고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동시에 물가상승폭도 커졌기 때문에 현재 및 장래의 실질 연방기금금리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맞다. 하지만 수익률 차이(스프레드)의 증가는 주식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고 미국과 전세계에서 위험성의 차이(리스크 스프레드)는 분명히 커졌다. 따라서 (금리인상의) 경기둔화에의 영향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경기둔화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증시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경제지표는 아직도 경제성장속도가 빠른 편이고 현재의 정책으로는 3%대로의 성장률 둔화가 쉽게 자리잡지 못할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자본시장은 FRB의 할 일이 아직 남아있다는 인식때문에 출렁거릴 것이다. 정치적 요인은 빼놓고 보자. 경제가 계속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가들은 FRB의 정책방향에 의문을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FRB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보면 기적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경제가 갑자기 둔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생각이다. 사실 FRB가 금리를 계속 올려왔지만 아직은 물가상승폭보다 적게 올랐다. 추가금리인상은 시기적인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져 수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소비자신뢰는 여전히 강한 편이다. 미국경제의 활력이 여전한 만큼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게 현재의 상황이다. 물론 수요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FRB가 회의때마다 새 경제지표를 비교 검토, 금리인상여부와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할 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생산성 증가다. 현재 미국경제의 호황은 95년이후부터 본격화됐다. 낙관론자의 경우 호황이 지속될 것인가, 더 좋아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추락할 것인가를 궁금해한다. 반면 대부분 사람들은 연착륙(소프트랜딩)이 가능한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경기둔화 조짐을 보여주는 경제지표에도 불구, 위험하게도 미국 경제의 열기는 여전하다. 일반적인 생각은 나스닥뿐 아니라 모든 미국 주식들이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만일 긴축이 시작되고 고성장이 멈추면 모든 거품이 그렇듯 증시가 붕괴될 것이다. 대공황때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90년대초반의 일본 경제보다 상황이 나빠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또 증시뿐 아니라 달러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증시가 가라앉으면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증시 침체와 달러 약세라는) 두 문제가 서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한 달러화의 약세가 인플레를 유발하고 이에 따라 FRB는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다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이다. 그럴듯한 얘기일 뿐아니라 남미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다행히 이런 일은 미국에서는 당분간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완벽한 연착륙은 매우 어렵다. 과잉대응이 있을 수 있고 경기가 일시적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불황은 없을 것이다. 또 증시도 어려움을 겪겠지만 장담컨대 붕괴나 그와 비슷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재정정책도 불황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세금감면같은 재정정책은 3개월내에 효과를 발휘한다. 게다가 통화정책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사건때나 87년에 보여줬던 것처럼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물론 주가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떠받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15%정도 하락하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사라지고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이다. FRB는 책임감과 상식에 근거해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브레이크가 파열돼 신뢰가 없어지는 상황까지 추락할 정도로 무모한 실험을 할 상황이 아니다. 이는 재정상태가 아주 건전하고 인플레가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며 시장이 정책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정도로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 상황은 90년대 일본과는 다르다. ◇향후 수년간의 전망-신경제 최근까지 「신경제」가 지상가치로 군림해왔다.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없었고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달리고 있으며 4년간 4%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한데다 완전고용, 재정흑자 등의 호황이 이어졌다. 새로운 세계가 열렸고 제아무리 냉소적인 사람이라도 신경제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경제」는 미국을 이끌고 있고 30년대의 복지국가론이나 큰 정부 이론처럼 세계 각지로 퍼져나갈 것이다. 신경제가 향후 수십년간 우리의 경제와 인생의 모습을 지배할 것이다. 신경제는 세가지 상호작용하는 원동력을 갖고 있다. 기술, 경쟁 그리고 정부·가계·기업의 새로운 경제문화 등이다. 기술은 가장 명백한 부분이다. 통신혁명은 전신이나 전화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빠르고 중요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또 금융시장은 물론 심지어 쇼핑이나 레저생활까지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하는 정보혁명이 있다. 이 혁명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지금까진 이같은 혁명이 보다 많은 곳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 준 초기단계일 뿐이다. 특히 폭발적인 컴퓨터 용량의 증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두번째 동력은 경쟁이다. 최근처럼 강도높고 범위가 넓은 경쟁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심지어 경쟁을 죄악시하던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아주 강도높은 경쟁이 하나의 규칙으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 경쟁을 불러 온 것은 물론 세계 교역이고 기술, 각국의 탈규제, 복지국가의 붕괴, 처음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주주 등이 경쟁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위험자본은 기득권계층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제한없이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가장 좋은 투자기회, 선진 기업준칙(베스트 프랙티즈)을 빠르게 배우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순식간에 (시장의) 보호장벽이 무너졌다. 과당경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모든 사람, 최소한 소비자가 왕이 된 것이다. 세번째 원동력은 새로운 경제문화다.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안정된 물가와 건전한 재정이 경제번영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개인들과 기업들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두가지 주요한 메시지를 받아들였다는게 중요하다. 『노(NO)라고 대답하지 말라』는 것과 『문제가 있을 때 정부가 해결해주길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 바로 두가지 메시지다. 이같은 새로운 태도는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모든 혁명에서 현상유지를 주장하는 기득권층이 축출되는 것처럼 중간 관리층, 전통적인 기득권계층이 사라지고 있다. 위험부담(리스크)이 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 가치있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투자은행보다도 창업회사에 가기를 원한다.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은 그 일을 해낸 사람들에게 밀리고 있다. 이같은 원동력들이 슘페터(20세기 초반 21세에 오스트리아의 재무장관이 되었다가 실패했고, 그후 은행가로서는 파산했다가 다시 막강한 하버드대학 경제학교수가 되었던 인물)가 「창조적 파괴」라고 불렀던 것과 같은 변화를 야기하는 엄청난 힘을 창출해내고 있다. 슘페터는 교역이나 게임의 법칙의 변화, 또는 중요한 혁신에 의해 주요 시장들이 열리는 결과를 예상했다. 가격, 경제주체, 게임의 법칙 등 기존 경제상황이 경제 때문에 변화하는 결과를 예상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제의 기득권을 가진, 나태해진 조직이 깨지면서 극적인 조직의 교체가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이었다.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에서 일어난 일이야말로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의 최상의 사례일 것이다. 또 이같은 현상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제개방과 기술의 힘에 의한 창조적 파괴는 현재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경쟁과 기술이 사회의 기존 조화를 무너뜨리고 불평등을 불러오며 중간계층의 설 자리를 없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경제」가 뒷전에 앉아있으면서 주주나 납세자의 비용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빡빡한 것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일은 미국의 경우 신경제가 완전고용을 불러왔고 최근들어서는 극빈층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직업을 바꾸고 이곳저곳으로 떠밀려 다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80년대로 되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지않은가. 「창조적 파괴 만세」라고 할 만 하지 않은가. 이 모든 것들이 그동안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 경제학이라고 불리웠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명칭은 경멸적인 의미를 함축한 것이었다. 이제는 「신경제」가 모든 사람의 게임이 되었다. 신경제가 무르익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신경제 상황하에서도 지구는 여전히 둥글다. 신경제가 부(富)를 빨리 창출하는 길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성장률을 두배로 늘려주는 것도 아니며 숨만 쉬고 있다고 신경제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정리=이세정 뉴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7/31 17:0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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