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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유명무실화”초비상/「은행 차명계좌제공 예금유치」일파만파
입력1996-10-22 00:00:00
수정
1996.10.22 00:00:00
김상석 기자
◎사채브로커은행연계 탈법성행/위조 주민증으로 도명계좌까지지난 주말 모방송국 뉴스프로에서 차명, 도명을 이용한 금융거래 사례가 적나라하게 방영됨에 따라 금융권과 감독당국은 물론, 청와대까지 초비상이 걸렸다. 금융실명제는 문민정부의 최대 치적중의 하나로 당국이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주말 모방송사 뉴스프로에서 기자가 고객을 가장해 주요 시중은행의 지점에서 거액의 자금을 예치해 준다는 조건으로 차명계좌 개설이 가능한지를 문의하자 이를 해당 지점의 지점장을 포함한 담당자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인 사실이 방송을 통해 직접 확인된 것. 더구나 일부 은행은 스스로 계좌를 알선해 주겠다고까지 나서 충격을 더해줬다.
사채시장 브로커들은 은행과 연계, 주민등록증과 인감을 구해 거액의 자금을 예치코자 하는 예금주들에게 금융소득 종합과세 회피용, 혹은 자금추적을 피하고자 하는 떳떳지 못한 자금을 은행에 차명계좌로 예금토록 해줌으로써 상당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열된 수신경쟁에 시달리는 은행 영업점 입장에선 이같은 탈법을 통해서라도 예금만 유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한 은행감독원 검사역은 이같은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차명계좌 개설 사실의 적발건수가 금융실명제이후 3건에 불과하다고 밝혔으나 이날 하루동안 방송기자가 10개 은행과 접촉해 계좌 개설에 성공했으며 그 중 5개 은행은 한술 더 떠 차명계좌를 알선해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사채시장 브로커들은 차명계좌뿐 아니라 분실, 또는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이용한 도명계좌까지 제공하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금융실명제를 종이호랑이로 만든 이같은 탈법거래의 실상이 밝혀짐에 따라 향후 금융계 전체와 감독당국에 엄청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21일 청와대에서는 이수휴 은행감독원장을 불러 향후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은행감독원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금융실명제 관련 특별검사를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은 이미 초비상에 걸린 상태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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