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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동성동본 금혼과 양계 혈통
입력1999-12-27 00:00:00
수정
1999.12.27 00:00:00
그런데 어머니나 딸을 혈족으로 인정하는 양계혈통을 전제로 한다면, 10대조나 20대조 조상은 존재하지 않는다.우리가 보통 말하는 4대조(고조부모)가 16명이며 나의 중시조가 36대조라면, 그 수는 687억명(2의 36제곱)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687억명 중에 한사람만을 나의 조상이며 중시조라고 한다.
엄연히 8촌이내의 혈족끼리 혼인은 무효라고 하면서 다른 15명의 고조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애꿎은 동성동본만 물고 늘어진다.
어떻게 4대조 이상을 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냥 모두가 우리의 조상일 뿐이다.
정말로 나의 어머니와 딸은 나의 혈족이 아니고, 나는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들에게만 핏줄이 이어지는가? 이것부터 분명하게 개념정립이 된다면 그 다음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이것을 판단하는데 그렇게 말이 많다.
누군가 말했던가. 「지렁이의 아이큐와 개구리의 도덕성」만 가졌어도 20초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왜 이리 오랜기간 이 문제로 국력을 낭비하는가.
이에 관해서는 가족법 개정에 참여한 가장 권위있다는 학자들마저도 좀 불공평하다는 정도로 주장하는가 하면, 「모계혈족은 어머니쪽 외가를 말하는 것인데 외가라는 것은 어머니의 외가까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우리 나라의 관습이다」라고 한다. 기가 막힌 논리다.
동성동본금혼조항은 양계혈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앞뒤가 맞지 않은 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외조모의 어머니의 자매의 외증손녀」 는 8촌의 혈족이지만 아무 제약 없이 혼인할 수 있다. 이웃집에 살더라도 8촌 혈족이라는 사실을 모를 뿐아니라, 나와 관계없는 남이라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통념이다.
그렇다고 8촌이내 혈족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려면 혼인 당사자에게 8촌 이내가 아니라는 증빙자료를 첨부토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6명이나 되는 고조부모까지 제적부를 첨부해야 한다. 부모 2명·조부모 4명·증조부모 8명이므로 고조부모는 16명이 된다. 그러나 제적부 보존기간은 80년이고 이는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의 6촌이내의 혈족과 4촌이내 인척사이의 혼인만 금하자는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나의 8촌 혈족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들이 혈족이 아니라면 그것은 나의 어머니와 나의 딸이 혈족이 아니어야 한다.
박종주 ROOT@ROO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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