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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압력 거부와 교훈(한·미 자동차 마찰)

◎미 ‘감정’보다 ‘공존’논리로 매듭 풀어라/“국내 설비증설 경계” 숨은의도… 관세 등 자률 맡겨야/“차이익이 국가이익” 미 정부 적극대처 우리도 배우길『크라이슬러의 지프와 이쓰즈사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지프를 사십시오.』 지난 92년 미 대선을 목전에 두고 패트 뷰캐넌, 폴 송거스, 톰 하긴과 같은 미국의원들은 이렇게 부르짖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대일자동차 통상압력은 본격화됐고, 급기야는 슈퍼301조 발동을 가져왔다. 양국의 갈등은 95년 보복조치 발동직전 극적인 합의로 타결됐다. 대일압력에서 미국의 주장은 다분히 감정적이었다. 미국 의원들이 일본업체로 주장한 이스즈의 지분 34%는 GM이 보유하고 있었다. 대일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95년 9월 한미자동차협상을 타결지었고, 이 협상은 최근 우리 자동차시장에 대한 슈퍼301조 발동의 뿌리가 됐다. 미국은 자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감정적 대응과 모순된 행위를 한국시장에서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간의 자동차 구조는 미일간의 그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또 한국시장 공략이 미국에 이익이라는 제로섬게임의 논리가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니다. 미 포드는 기아자동차의 최대주주다. 최근 포드는 『기아주주로서의 권익을 보장해 달라』는 입장을 공식표명하고 나섰다. GM도 아시아의 전략적거점으로서 한국을 재인식하고 있다. 직판체제를 갖추었고, 기아·쌍룡 등 완성차 업체들과도 활발한 접촉을 하고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곧 대우와 합작회사 운영에 들어간다. 벤츠는 쌍용지분의 50% 이상을 인수, 중국시장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일본업체로는 미쓰비시, 마쓰다, 이토츠 등이 지분참여로 국내시장에 진출해 있다. 자동차산업은 특정국가나 기업이 다른 국가나 업체에 대해 압력을 가해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자동차는 어느 업종보다 전략적제휴가 강조된다. 한쪽의 것을 빼앗아 자기것으로 챙기는 제로섬의 논리는 통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압력은 관세 및 세금인하 등 규제완화로 외제차의 국내판매를 늘린다는 표면적 이유외에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업계는 미국의 통상압력을 선진업체들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로 표현하는 국내업체의 설비증설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96년말 현재 국내업계의 생산규모는 3백50만대이며, 현재 계획대로 라면 2001년에는 5백6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증설은 결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GM과 포드는 세계전역에서 8백만­1천만대 생산규모를 갖추기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도요타와 폭스바겐도 현재 4백만대 내외에서 5백만∼6백만대 생산체제를 추진중이다. 이는 선진국 중심의 자동차 시장 유지를 위한 부당한 압력이라는게 우리의 입장이다. 한미간의 자동차 갈등은 줄것과 지킬 것, 그리고 배울 것을 분명히 하는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복잡한 인증절차, 자동차세금 구조 등은 미국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손질의 필요성이 내부적으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관세, 증설 등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업계는 자동차를 위해 미국정부와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적극성만은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슈퍼 301조 발동직후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자동차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인식의 반영이다.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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