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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부실의 책임론
입력1999-11-05 00:00:00
수정
1999.11.05 00:00:00
투신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은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11월 대란설을 잠재우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된다. 불가피하다고해서 국민의 세금을 쏟아붇지 않을 수 없게끔 부실하게 경영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정부도 지난해 퇴출된 은행과 종금사의 전례와 같이 처리될 것이라고 밝혀 대우와 투신문제 처리가 어느정도 정리되면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세금을 투입하기에까지 이른 마당에 부실 경영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전례가 있기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책은 피할 수 없다. 앞으로 도덕적 해이의 예방적 차원에서도 책임을 따지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나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한국·대한투신 등 두 투신사가 일차적인 책임자로 지적되고 있으나 과연 이들만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않기 때문이다. 두 투신사는 지난 89년 이른바 12·12조치 때 정부의 강요로 주식을 대량 매입, 수 조원의 손실을 입는 등 독자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골병이 들었다. 그후 10년동안 정상적인 경영은 엄두도 못내고 자본잠식의 혼수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11월 대란설의 진원으로 지목, 희생양이 되는 비운을 맞은 것이다.
이같은 과거의 상황은 나몰라라하고 현 경영진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아무리해도 부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실 문책에 앞서 부실의 원인과 과정을 캐보는 조치가 순서다.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제공자는 정부 당국자와 과거의 경영자가 포함되어야 옳다. 그럼에도 정부는 금감원이 투신 감독 책임이 없고 그외 감독기관도 감독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책임권에서 도망가려 하고 있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법인데 12·12조치 당시의 당국자와 과거 경영진은 이번 사태와 무관한 것처럼 잊혀져 있다.
원인 제공이나 과정은 쑥 빠지고 결과만 가지고 책임을 묻기로 한다면 정책은 신뢰를 얻기 어렵고 따를 사람도 없다. 최근 금융가에는 위로부터의 간섭과 지시 내용을 일일이 녹음하거나 기록해두는 과거에 없던 풍조가 일고 있다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풍조가 만연하다보면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심화되게 마련이다. 희생양 만들기식 문책은 설득력도 없고 일하는 분위기를 위축시킬 뿐아니라 교훈도 남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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