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수치보다는 내용 합의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위기를 틈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만으로도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 이번 경제위기가 금융 부문에서 촉발됐으므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모은 만큼 각국의 금융규제 개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수확은=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보호주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우리 정부는 스탠드스틸(Standstillㆍ새로운 무역장벽 도입금지 원칙) 이행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합치 여부와 관계없이 어떠한 무역 왜곡 조치도 도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상당 부분 합의안에 반영시켰다. 또 신흥국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금융규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경기순응성 완화 방안,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기관에 대한 규제방안, 신흥국의 주요 국제기구 참여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각국 정부의 동의를 얻은 점도 수확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때 자산관리공사를 통한 부실채권 처리 경험과 시사점을 국제사회에 제안해 호평을 받았다. 한국이 제시한 손실분담, 가격평가, 투명성, 국제공조 원칙 등은 부속서로 발표된 부실채권 정리방안에 반영됐다. 한국은 이번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금융안정화포럼(FSF)의 회원국이 됐으며 은행감독에 관한 바젤위원회(BCBS)에도 가입됐다. 통화정책은 시장에서 회사채 매입 등 비전형적 조치를 포함해 필요한 한도에서 확장적 정책을 취하기로 했다. 신흥국 및 개도국 지원을 위해 국제금융기구의 재원을 확충해나가기로 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이 사전예방적 대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정확대를 통한 글로벌 경기부양=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들은 ‘세계경제 성장 회복’ 및 ‘금융체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8개 항의 재무장관 성명서에 합의하고 부속문서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공통원칙도 담았다. G20 국가들은 이러한 원칙을 뒷받침하기 위해 IMF가 각국 재정정책의 조치내용 및 향후 조치 필요사항을 평가하기로 했다. 앞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경기부양에 사용하고 이를 IMF 평가단이 방문해 실사를 거쳐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정상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 은행자본 확충, 부실자산 처리 등을 공통의 원칙에 의해 실행해나가기로 했다. ◇금융규제 및 한국 국제 위상 강화=G20 재무장관들은 모든 주요 금융기구와 시장ㆍ정책수단은 적절한 수준의 규제와 감독을 받아야 하며 헤지펀드와 펀드 운용자는 등록 후 펀드의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경제위기를 틈탄 투기를 사전에 방지하고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는 금융 부문의 규제는 다시 조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각국이 의견을 같이했다. 체계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더욱 강화된 거시경제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국제금융기구의 지배구조에 개발도상국의 강화된 위상을 반영하고 쿼터개혁을 IMF는 오는 2011년까지, WB는 2010년 상반기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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