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 컴퓨터' 나온다?

인류문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2가지 발명인 인쇄술과 컴퓨터를 합치면 무엇이 나올까.컴퓨터 부품을 실리콘 웨이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얇은 플라스틱 필름 위에 인쇄할 수 있게되면 신문을 인쇄하는 것처럼 쉽게 컴퓨터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다. 더 가볍고 값싼 "두루마리 컴퓨터"가 나온다는 말이다.

이 두루마리 컴퓨터가 상상의 세계를 떠나 현실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았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소개했다.

잡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멘로 파크에 있는 롤트로닉스라는 회사가 "두루마리(Roll-to-Roll) 가공"이라는 생산기술을 활용해 두루마리 컴퓨터의 개발에 나섰다고전했다.

두루마리 가공 기술은 이름처럼 종이, 플라스틱, 금속 박 등 구부리기 쉬운 물질을 두루마리로 마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일련의 가공단계를 거치게 되며 신문인쇄에서부터 감자칩 포장의 내면 코팅에까지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또 잉크젯 프린터 내부에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리본" 커넥터를 만드는데도 쓰이고 있으며 롤트로닉스사는 이를 한단계 더 발전시켜서 논리회로, 메모리 등 컴퓨터 부품들을 만들 계획이다.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비하면이 두루마리 가공 기술은 설치비용이 훨씬 적게들고 규모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컴퓨터 부품 생산이 성공할 경우 다른 전자제품들도 훨씬 더 싸고 빠르게 생산할 수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두루마리 컴퓨터를 생산하려면 논리회로, 메모리, 전원, 디스플레이 등 4가지를모두 구부러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디스플레이의 경우는 임의로 텍스트와 이미지를보여주는 "디지털 종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전원도 이미 몇몇 업체가 박필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배터리는 아이오와박필름기술(ITFT)이 두루마리 가공기술로 제조하고 있는 구부러지는 태양전지로 재충전이 가능하다.

따라사 롤트로닉스사는 디스플레이와 전원은 외부업체들이 개발하도록 맡기고자신은 논리회로와 메모리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구부러지는 논리회로를 만드는 것이 특히 어려운 작업이다. 논리회로는 구부러지지 않는 결정상태의 실리콘에 식각된 트랜지스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판에 얇은 실리콘 판을 붙인다음 트랜지스터를 식각할 수있는 방법이 있으나 실리콘이 결정체가 아닌 무정형 상태가 되기 때문에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더 커져야 하고 동작속도도 느려진다.

무정형의 실리콘을 가열하면 결정상태로 전환되기는 하지만 고온으로 플라스틱이 녹는 문제가 있다.

롤트로닉스는 국립로렌스리버모어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로 레이저를 이용해 실리콘을 가열하는 방법을 찾아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롤트로틱스는 우선 두루마리 가공기술로 플라스틱 필름 위에서 무정형 상태의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만든 다음 2번째 단계로 이를 발전시켜 레이저로 가열하는 방식에 사용할 작고 빠른 트랜지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286급 정도 까지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부러지는 메모리 생산을 위해 롤트로닉스는 텍사스대학에서 특허를 낸 새로운형태의 메모리에 대한 생산인가를 받았다.

이 메모리는 두장의 유리 사이에 낀 유기물 액체 크리스털로 유리에는 전도성의선이 들어가 있으며 이 선들은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게 돼있어 전기를 통하면 액체크리스털이 빛을 받게 되고 전원을 끄더라도 작은 양의 전류가 남는다. 메모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롤트로닉스는 이 유리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구부러지는 메모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 메모리는 데이터 저장능력이 뛰어나 보통크기의 종이 한장 넓이에 1기가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다.

메모리에는 전원이 필요한데 논리회로가 데이터를 읽는데 필요한 것보다 적은양의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두께가 겨우 2㎜에 불과한 박판 형태에 완벽하게 구부러지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롤트로닉스의 계획은 아직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실현될 경우 기존업계를 놀라게 할 기술이 될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