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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美경제 수요 뒷받침안돼 다시 가라앉을수도""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듯 보이고 있지만, 궁극적인 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달러화도 앞으로 3년간 20% 정도 절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겸 글로벌 경제분석 담당 이사는 미국 경기 침체가 두번의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내용의 '더블딥(double dip) 이론'의 주창자다. 9.ㆍ11 테러 이후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을 보였던 미국 경제가 지난 3월 이후 둔화조짐을 보이면서 그는 또다시 미국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일본의 은행 위기에 대비해 경제 개혁을 지속할 것"을 권했다. 맨해튼 모건스탠리 본사를 찾아 그를 만나보았다. - 이중저점(더블딥)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최근 미국 거시경제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오고 있는데, 또다시 침체로 빠지는 것입니까. ▦ 미국 경제가 이중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은 세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가 역사적 측면입니다. 과거 여섯번의 경기침체에서 다섯번의 더블딥 현상이 있었습니다. 경제가 일단 침체에 빠지면 회복하는 듯 하다가 다시 침체하고, 그런 연후에 본격적인 회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지난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초 사이에는 2번의 침체에서 트리플 딥(3중 저점) 현상도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이중 저점이 최종 수요(final demand)가 후퇴할 경우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재고 조정을 보면서 경기 회복을 관찰하는데, 지금의 문제는 경기 회복을 지속시키기에 충분한 궁극적인 수요 회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최종 수요의 회복이 약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최종 수요를 구성하는 요소로 소비성 내구재, 주택 건설활동, 기업 투자 등 세가지를 들수 있습니다. 내구재와 주택 건설은 침체기에 가라앉았다가 경기 회복시 활발하게 살아났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판매와 주택 건설이 활발하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서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기업 투자는 지난 몇 년동안 과거 침체기보다 훨씬 취약한 구조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기업 투자가 회복될 것이라는 증거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경제에 최종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에는 상당한 의문점이 남습니다. 오히려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재고 사이클을 볼 때 경기가 또다시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세번째 요소는 미국 경제가 지난 90년대 거품 시대를 지내면서 형성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는 지극히 낮은 저축률에다 대규모 설비 과잉, 기록적인 부채,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과거 경기회복시에 전혀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경기가 회복하고 확장하는데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역사성, 최종 수요의 후퇴, 90년대 장기호황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 세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가 사상 가장 깊은 더블 딥 현상을 맞을 것으로 봅니다. - 9ㆍ11 테러 직후에 경제전문가들이 작년 4ㆍ4분기와 올 1ㆍ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테러후 미국 경제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그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9ㆍ11 테러로 미국은 충격에 휩싸였고, 몇주후에 경제가 붕괴될 것 같은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때 경제를 치유하기 위한 강도높은 처방이 단행됐지요. 저나 다른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도 못할 정도의 처방이었습니다. 두번째는 기업들이 테러 충격에 대응해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아예 이자를 받지 않고 할부 판매를 단행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한 일을 한 셈이지요. 소매판매점들도 가격을 인하해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소비자를 자극했습니다. 당연히 소비가 늘게 되고, 지난해 4분기에는 과거 경기침체기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소비 확대가 있었습니다. 소비성 내구재 판매가 무려 39% 늘었습니다. 셋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단히 공격적으로 단기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또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고, 연방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지금 미국 경제는 강력하게 회복하고 있지만, 이 회복력이 얼마나 지속되느냐 하는 것은 아직 의문입니다. 이론적으로 컴퓨터나 자동차, 가구와 같은 내구재는 한번 사면 2~3년 동안 구매를 하지 않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소득과 가격이 맞아떨어지는 시점에 내구재를 구입하는데, 지난해말과 올초가 그런 시점을 형성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구재 구매력 상승은 미래에 소비되어야 할 것을 앞당긴 것에 불과합니다. - 달러 거품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 달러는 앞으로 3년 사이에 20%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그 정도로는 미국 경제에 대단한 위기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달러는 고평가돼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평가하면 15%정도 높게 평가돼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경상 적자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에 국내총생산(GDP)의 6%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적자를 메우려면 하루에 20억 달러의 해외자본이 들어와야 합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과 같은 공업국가는 경상적자가 GDP의 5%를 넘기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달러의 조정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 과정은 3년이 걸렸고, GDP의 1%에 해당하는 경상적자 폭을 줄이려면 20%의 통화 절하가 필요했습니다.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이 주도하는 장기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미국도 세계 경제를 리드하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세가지 일이 글로벌 경제에 발생할 것입니다. 우선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입니다. 반면에 한국과 같은 미국 이외의 나라가 내수 시장이 커지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달러가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 한국 경제가 '글로벌 충격완화(decoupling)의 본보기'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뜻입니까. ▦ 제가 한국에 그 표현을 쓴 것은 앞서 말했듯이 미국이 자체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세계 경제를 리드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제는 해외요인, 특히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충격완화라는 것은 이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4개월동안 수출이 악화됐지만, 소비를 늘려 글로벌 경제의 도전을 헤쳐 나갔습니다. 아마 한국은행은 소비와 부동산 시장의 팽창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를 고민할 것입니다. 지난달 통계를 보면 한국에 인플레이션일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한국은행이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더라도 정상적인 발전과정으로 봅니다. 내수 시장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 모건스탠리가 최근 한국의 가계 부채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 보고서를 냈는데요. ▦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 부채가 확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현재와 같은 속도가 1년 더 지속된다면 한국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소비자 채무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3월에 한국은행이 이를 우려했는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 최근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무디스가 일본을 경고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 일본은 아주 위태로운 상태에 있습니다. 최근 일본 경제가 조금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의 재고 조정 과정에서 일본의 무역이 조금 늘고는 있지만, 내수시장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본이 조금도(nothing) 경제개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연초에 3월말 결산에 앞서 대규모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 위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올들어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는 일본의 자만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지도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타협을 하고 있습니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악순환을 멈출수 없고, 조금 좋아졌다고 자만에 빠지는 것은 새로운 위기의 징조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은행 시스템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 있고,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 지난 97년 일본이 은행 위기에 빠지면서, 한국에 대한 단기채무를 연장해주지 않아 한국 외환위기의 한 요인이 됐습니다. 일본이 또 위기에 빠지면 한국에 어떤 영향이 닥쳐올까요. ▦ 일본 경제가 완전히 붕괴될 경우 그것은 세계 경제를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입니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될수 없고, 미국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본 위기가 닥쳐올 것에 대비해 한국이 재벌 개혁이나 금융 개혁을 지속해 경제 성장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입니다. 한국은 지난 97년 위기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고, 제가 방문해본 아시아 다른 나라와 달리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단기외채를 줄이는 등 과거의 교훈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처럼 자만에 빠지지 말고, 미래에도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지금까지 해온 것을 지속해야 합니다. - '경기 회복의 거품'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뉴욕 증시를 의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9ㆍ11 테러 이후 뉴욕 증시는 미국 경제 회복 전망으로 급격하게 상승했지요. 최근 경기 회복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타나자, 증시가 현실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뉴욕 증시는 아직 더블 딥의 가능성을 반영하기 않고 있습니다. 만일 더블 딥의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주가는 크게 하락할 것입니다. 얼마전에 발표된 GDP 통계를 보면,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GDP 물가지수는 0.35%로 지난 40년동안 보지 못했던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경제는 아직도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4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기업이 가까운 장래에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여건입니다. 기업이 가격 주도권을 상실했고, 노동시장, 에너지시장, 경영자등 어느 부문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수익에 형성돼 있는 거품도 꺼지게 될 것입니다. ● 스티븐 로치는 누구 美경제 가장 비관적 시각…침체 올때마다 주목받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뉴욕ㆍ런던ㆍ프랑크푸르트ㆍ파리ㆍ도쿄에 근무하는 30여명의 경제분석가를 총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지난해 그를 "월가에서 어두운 시각을 가진 이코노미스트"라고 표현하며 경제섹션 커버스토리로 다룬바 있다. 뉴욕 월가의 투자기관에 소속해 있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대개 낙관적(bullish)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는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의 시각은 일반적인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의 관점을 벗어난 경우가 많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돌입하고, 테러 이후 미국 경제가 위태로웠을 때 각광을 받았으며, 최근 경제성장이 또다시 주춤거리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기업경영분석 기관인 퍼스트콜의 조사에서 그는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코노미스트로 꼽혔다. 82년에 모건스탠리에 입사했다. 이에 앞서 FRB 워싱턴 본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었다. 모건 보증신탁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위스콘신대를 졸업한후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56세.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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