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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 사이에 수천만불 오간다”(첨단 증권시장)

◎위험·기회 공존… 2000년대 가상 선물거래/선물투자는 심리전… 상대 딜러 생각 역이용을/2007년 8월23일 선물딜러 국내 1인자 대한증권 김이사 미·일 등서 10억불 차입/서울·싱가포르 시장서 가격차이용 차익챙겨 하루에 4억2천만원 벌어「선물, 옵션, 스왑, 차익거래, 리스크관리 그리고 파생금융상품.」 낯설게만 들리던 이같은 용어들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될 날이 멀지않았다. 세게 금융시장은 이제 하나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헤지펀드들은 웬만한 나라의 외환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멕시코 사태와 태국 바트화 폭락이 전형적인 경우다. 이처럼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한 공격적인 금융투자는 컴퓨터시스템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국경과 시간의 장벽을 초월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주가지수선물과 옵션거래가 시작됐고 장외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파생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2007년 8월23일 대한증권의 김이사는 출근하자 마자 자신의 정보단말기를 켜고 지난밤 들어온 싱가폴 사이멕스와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각종 선물관련 수치를 읽어나간다. 11년전인 96년 첫 거래가 시작된 KOSPI200 지수선물은 2000년부터 싱가폴과 미국 선물시장에 상장돼 현지 선물딜러와 트래이더들의 거래대상이 됐다. 김이사는 올해 33세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20세기말과 21세기초 선물딜러로서 국내 1인자라는 명성을 쌓아올렸다. 하지만 김이사는 앞으로 2년간만 선물딜러를 한 후 은퇴할 생각이다. 선물투자에서는 순간적인 판단력과 종합적인 분석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파생금융시장은 젊은이들의 전쟁터다. 김이사는 회상회의 시스템을 작동시켜 싱가폴 선물거래소의 이부장을 연결한다. 전날 서울에 상장된 KOSPI200 9월물 선물가격이 이론가보다 0.1포인트나 고평가된 2백7.05포인트로 마감됐다. 김이사는 지난번 월례회의때 논의된 대로 한국 증권거래소에 장상된 KOSPI200과 싱가폴에 상장된 KOSPI200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대규모 차익거래 실시하도록 이부장에게 지시했다. 대한증권이 선물에 투자하는 자금은 10억달러. 이 돈을 국내에서 조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부분 미국, 일본, 유럽에서 차입했다. 그러나 환율과 금리변동이 문제다. 국제금융시장은 언제 어디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세계다. 대한증권은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 머니머스트 뱅크에서 2억달러를 차입했다. 김이사는 금리변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국의 리스크마크 뱅크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 바꾸는 금리스왑 거래를 했다. 대한증권과 리스크마크 뱅크는 각자가 가진 변동금리의 위험(리스크)과 고정금리의 위험을 맞바꾸므로써 서로의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리스크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가 크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리스크를 제3자에게 분산시켜야 한다. 아침 9시 김이사는 한국 증권거래소 개장과 동시에 정보단말기를 체크한다. KOSPI200 9월물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2백7.10포인트로 출발했다. 3시간쯤 후면 싱가폴의 선물거래소인 사이멕스도 거래가 시작된다. 한국 시장의 움직임이 싱가폴에 알려질 때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싱가폴간의 정보전달이 가장 중요하다. 마침내 싱가폴 사이멕스가 개장하는 시간이다. 여의도의 9월물 선물가격은 2백7.15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거래량이 다소 적다. 한국의 시황이 전해지면서 사이멕스쪽 움직임이 부산해 진다. 대한증권 딜링룸은 수화기를 들기만하면 사이멕스와 연결되는 화상정보통신 라인이 5개나 깔려있다. 김이사는 직통라인 수화기를 든다. 이부장은 사이멕스쪽 9월물가격이 한국시세에 맞춰 강세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김이사는 전날 KOSPI200이 이론가격보다 고평가됐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서울 매도, 싱가폴 매수 전략을 지시한다. KOSPI200이라는 동일 상품이 서울과 싱가폴에서 동시에 거래되기 때문에 두시장은 상호 영향을 받게 된다. 1물1가의 원칙에 따라 두시장의 선물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서울과 싱가폴의 선물가격이 매순간 같을 수는 없다. 이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형성된 선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선물을 사면 그 가격차만큼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두 시장간의 미묘한 가격차를 이용해 차익을 얻어내는 선물시장의 전통적인 투자방법인 것이다. 현재 KOSPI200 9월물은 이론가격보다 고평가된 상태다. 김이사는 서울에서 9월물 매도주문을 내면 9월물 가격이 순간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소식이 싱가폴에 전해지면 싱가폴 선물딜러들은 한국시장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강세기조가 주춤할 것이다. 이때 이부장은 낮은 가격대에서 9월물 선물을 매수하는 것이다. 김이사가 9월물 선물 2천계약을 2백7.10에 매도주문을 냈다. 김이사의 대량 매도주문에 상승세를 나타내던 9월물 선물이 잠시 주춤거린다. 김이사의 매도 주문은 자동적으로 수 백명의 선물딜러들이 보는 단말기에 나타난다. 각각의 선물딜러들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며칠간 선물시장은 강세기조를 유지했다. 별다른 악재는 없는데. 강한 매도물량의 정체는 무엇일까.』 딜러들은 각자의 머리속에서 순간적으로 김이사의 매도주문이 가지는 의미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김이사의 매도주문이 5백계약정도 체결되고 멈춰버렸다. 많은 선물딜러들이 장을 강세로 예상한 것이다. 싱가폴쪽도 강세기조가 유지됐다. 이부장은 직통전화를 걸어 『9월물이 원하는 가격대까지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번에는 김이사가 판단을 내려야할 차례다. 『여기서 매도주문을 더 내서 원하는 가격대로 낮추느냐 아니면 주문을 거둬들이느냐.』 선물투자는 일종의 심리전이다. 상대편 딜러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과 시황을 읽는 눈이 필요하다. 김이사는 주문담당자에게 『9월물 2백7에 2천계약 매도』라고 외쳤다. 선물시장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2백7.1에 2천계약 매도에 갸우뚱하던 많은 딜러들이 이번에는 2백7에 2천계약 매도주문이 나가자 심각한 표정이 됐다. 상승세를 유지했던 9월물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싱가폴에서도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고 이부장은 2백6.95에 2천계약 매수주문을 체결할 수 있었다. 김이사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이사는 잠시동안 시장을 관망했다. 9월물은 2백7.1포인트, 2백7포인트, 2백6.95포인트로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싱가폴의 9월물도 2백6.9포인트, 2백6.85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부장은 2백6.85포인트에서 5백계약씩 4번 매수주문을 내 시장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사들였다. 서울의 김이사도 시차를 두고 1백계약씩 매수주문을 내기 시작했다. 하락하던 9월물 가격이 2백6.95포인트에서 멈춰섰다. 1백계약씩 5차례 매수주문이 나가면서 선물가격은 반등조짐을 보였다. 다른 딜러들도 너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울의 9월물 가격이 2백7포인트대로 올라섰다. 김이사는 2백7포인트에 매도했던 물량을 거의다 털어버릴 수 있었고 김이사의 매도 포지션은 제로가 됐다. 서울 선물거래소의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9월물은 저점에서 빠르게 회복됐고 마침내 2백7.05포인트로 마감됐다. 싱가폴시장은 서울시장의 강세마감에 힘입어 단숨에 2백7포인트대를 돌파했다. 이때 이부장은 보유 포지션을 청산하고 거래를 마감했다. 김이사과 이부장은 오늘 차익거래로 4억2천5백만원을 벌어들였다.<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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