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원화 역외선물환(NDF) 시장의 시초가는 몽콕의 초두부가게에서 결정된다(?)’ 홍콩 야시장의 대명사인 몽콕(旺角ㆍMong Kok).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에도 나왔던 초두부가게 ‘스틴키토푸(Stinky Tofu)’에는 오후4시면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이 몰려 든다. 금융가인 센트럴지구에서 찾아온 이들은 중국인이 아니면 견디기 힘든 역겨운 냄새의 초두부를 먹으며 그날 원화 역외선물환(NDF) 시장 전략을 공조한다. 초두부의 냄새만큼 홍콩 NDF 시장의 거래는 한국 외환당국이 질색하는 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NDF의 거래 패턴까지도 바꿔 버렸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방향성을 가진 투자보다는 과감하게 세력을 가지고 달려드는 투기적인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겉으로는 일반 선물환 거래의 헤징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은밀한 세력 간의 공조를 통한 투기적 거래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급변동하는 환율거래의 원인 중 하나인 NDF 거래 주체들에 대한 접촉을 시도했다. 해외투자은행(IB) 외환거래 담당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지만 홍콩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포스트의 NDF 거래 주체들의 동향 파악을 통해 외환시장의 비정상적인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소리 소문 없이 이뤄지는 담합(?)의 실체를 알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접촉에 대한 소문은 NDF 세력들이 일시적인 잠수를 타는 결과까지 만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 거래보다는 차익을 볼 수 있는 거래라면 과감하게 덤벼든다”며 “환율변동에 대한 헤징도 없이 단타만을 노리는 세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ㆍ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 NDF 시장 참가자들은 우리 외환시장을 단기 투기거래가 상대적으로 쉬운 시장이라고 말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시장 규모에 변동성이 높아 일반 선물환거래보다는 NDF 거래가 좋고 또 한국 내 기업 등을 포함한 잠재적 투자자도 많다는 것이다. 어렵게 접촉한 홍콩 A은행 NDF 담당자는 “한국시장의 볼륨이 크진 않지만 대내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큰 만큼 차익거래를 하기 좋은 시장”이라며 “최근 원화가치 상승은 NDF 거래자들이 잠시 쉬는 타임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NDF 참여자들을 모두 환투기 세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과거와 달리 과감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우리 금융당국의 조사에 대해 코방귀를 뀔 정도로 대담해졌다. NDF 거래 담당자는 “시장의 변동폭이 커진 것은 과거보다 거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이런 사실을 한국 금융 당국도 알고 있다”며 “설사 한국 금융당국이 외환딜러나 은행ㆍ대기업의 외환거래를 조사한다고 해도 이미 수차례 면역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NDF 시장이 과거처럼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탄 수준의 정책변화가 있어야만 반응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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