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실' 한일협정..일본의 책임은
입력2005-01-17 10:42:32
수정
2005.01.17 10:42:32
강제동원 피해보상 배제한 채 '경제협력' 고집<br>최소한의 책임 의식·인도적 배려 흔적 없어<br>"이제 와서 '보상 완료' 강변은 모순·이율배반"
한일회담 문서 공개로 당시 협정이 일제 시대의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정치 논리를 우선시한 졸속 협정이었음이 드러남에 따라 일본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일협정이 국가간에 맺어진 일종의 조약이라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책임도크지만, 일본 정부 역시 암울했던 한일 과거사의 가해국이자 협정 상대국으로서 `부실협정'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1951년 이승만 정권 때부터 시작된 한일회담은 무려 14년이라는 마라톤 협상을거쳐 1965년 박정희 정권에서 그 결실을 보았지만 정작 과거사 청산의 핵심인 식민지 시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유야무야시킨 채 40년을 흘려보냈다.
이날 공개된 5개 문서에서도 나와 있듯이 당시 양국 정부는 회담 과정에서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 구제 문제를 거론했으나 이를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처리, 해결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수백만명의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해 숨지게 하거나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피해를 입힌 데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이나 인도적 배려조차 없이오히려 `독립축하금', `경제협력자금' 운운하는 비인도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일본측은 회담과정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 논의의 출발점인 한국인 피징용자에 대한 명단은 물론 그 숫자도 적극적으로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자신들이 강제로끌고가 사망한 희생자나 부상자 명단을 스스로 제시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일본은피해자 생사 확인과 더불어 사망자 유해 발굴 등 가장 기본적이고 지극히 인도적인문제에 대해서조차 눈을 감았다. 위안부 및 원폭피해자, 징용 사할린 동포 문제 등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일본정부가 회담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을아예 거부, 배제한 채 한국에 제공할 자금 명목으로 `경제협력자금'을 고집했음을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이날 공개된 `청구권 및 경제협력위원회 제6차 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1965년 5월14일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회의에서 니시야마 일본측 회담대표는 "우리측의 제공은 어디까지나 배상과 같이 의무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협력이라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배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일본 대표단의 오카다 역시 "순수한 상업 베이스에 의한 것은 아니나 정치적인성격을 가진 경제협력"이라고 못박았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들이 90년대 들어 일본을 상대로 개인 보상을 요구하자 `한일 협정으로 보상 문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강변해온 논리와는 크게 모순되는 것이자 이율배반적인 `발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보상 청구권'이 완전히 소멸됐다는 일본의 주장에도불구, 회담 과정에서 일본측이 보여준 태도와 이율배반 등을 감안할 때 일본측이 법률적 책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의적, 인도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사이에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학자들의 지적도 없지 않다.
때문에 한일회담 문서 일부가 공개되면서 징용 등의 피해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보상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부실협정'의 공동책임이 있는 일본정부도이에 동참해야 하지 않느냐는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피해보상 형식은 아니지만 생활지원 방향으로 원칙을 세우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일본 역시 이를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한일협정이라는 법적인 근거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인도적,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이웃나라'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 피해자들은 현재 일본정부에 공탁된 채 잠자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불임금 반환, 피해자 생사 확인, 사망자 유골 발굴 및 송환 문제 등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은 이와 관련, "일본 정부와 국민들은 북한에 납치된 몇몇 일본인 문제로 분노하고 사망자 유골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있다"면서 "일본정부의 이같은 태도야말로 일본측이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져야 할 도의적 책임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