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핵심 원인은 바로 '기업의 투자 부족'입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에서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 최고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이우광 한일산업협력기술재단 연구위원이 최근 세리CEO 강연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원인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 도쿄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을 지내며 30년 넘게 일본만을 연구하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일본 전문가다.
그는 보고서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에는 고령화ㆍ소비위축ㆍ버블붕괴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핵심 요인은 기업의 투자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노믹스의 핵심은 엔저를 통한 수출 확대와 법인세 인하 등 기업투자 늘리기인데 이 이면에는 일본 정부 역시 기업투자 부족을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최신 경제백서(2013년 발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은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부족인데 그중에서도 기업투자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가계소비는 급격히 줄기 어렵고 실제로 완만히 감소했다"며 "하지만 기업투자는 한순간에 침몰이 가능하고 그것이 일본 경제를 장기간의 침체의 늪에 빠지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부터 2010년까지의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면 2005~2007년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009년의 경우 -20.2%의 감소율을 보이는 등 거의 투자를 하지 않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의 투자부진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산을 활용한 이익창출 지표인 ROA의 경우 10~20% 수준이다. 특히 총요소생산성(TFP)이 매우 낮은데 이 이면에는 신규 설비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는 장기간 침체로 연결됐는데 기업투자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나쁜 기업환경과 ▦높은 생산 코스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2012년 평가한 국제 경쟁력 지수에서 일본은 5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덧붙여 2011년 기준으로 일본은 생산원가가 매출원가의 80%를 상회하는 등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일본 기업의 리스크 회피 경향 등도 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은 수익이 기대가 돼야 투자하는데 20여년 동안 '수익처'를 찾지 못했다"며 "결국 투자 부족이 채용감소ㆍ소비위축 등으로 연결되면서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도 저성장 초입 단계에 들어서면서 수익성 저하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의 설비투자 평균 증가율은 1990년대 10%대에서 2012년 5%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그는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 기업도 수익이 나지 않자 해외로 나갔고 결국 기업투자 부족이 더 심화되면서 일본 경제의 장기간 침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투자는 급작스레 감소한다"며 "최근 정치권이 너무 기업을 험하게 다루고 있고 우리가 일본처럼 되지 않으려면 기업을 소중히 잘 다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