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일자리 여론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해 오히려 더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조사 대상 비정규직 근로자의 59.4%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일자리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면서 비정규직이 기존의 일자리마저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응답했고 32.0%는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기여(5.5%)’ ‘비정규직의 고용안전과 처우개선에 기여(2.3%)’ 등 긍정적인 답변은 7.8%에 머물렀다. 비정규직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의 부담을 느껴 계약갱신 등을 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부추겼다고 응답한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도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비정규직 해고(54.8%), 일자리 감소(31.8%)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응답이 86.6%에 이르렀다. 반면 근로자가 아닌 경우 부정적인 응답은 57.7%에 그쳤다. 자영업자ㆍ주부ㆍ학생 등 비근로자보다 일선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비정규직보호법의 부작용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셈이다. 당초 정책 의도와 달리 비정규직법이 고용불안을 부르면서 정부가 현행 2년인 비정규직 사용 제한 기한을 3~4년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전체 국민의 46.2%가 ‘찬성한다’고 응답해 ‘반대한다(34.6%)’보다 많았다. 당사자인 비정규직도 ‘찬성(43.6%)’ 의견이 ‘반대(38.1%)’보다 많았다.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나 근로조건 개선보다는 비정규직이라도 당장의 일자리 지키기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옆에서 지켜보는 정규직이 ‘반대’ 46.7%, ‘찬성’ 38.8%의 응답률을 보이면서 근로자 전체적으로는 ‘반대(45.2%)’ 의견이 ‘찬성(39.7%)’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비정규직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했다. 현실적으로 당장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 사이에서 국민들이 갈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람직한 비정규직 정책 방향에 대해 ‘비정규직이 늘어나더라도 기업 규제를 완화해 고용을 창출하는 방향’이 44.4%,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을 줄이는 방향’이 44.0%로 비슷했다. 이 같은 전체 국민의 정서와 달리 근로자들의 경우 고용창출(40.1%)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49.7%)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약간 더 많았다. 근로자 가운데에서는 비정규직의 경우 각각 43.5%, 43.9%로 엇비슷하게 나타난 반면 정규직은 고용창출(39.4%)보다 비정규직 감소(50.9%)가 더 필요하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증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서는 정부(39.9%), 기업(26.6%), 정규직 노조(14.2%) 등의 순으로 응답해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정부라는 응답이 48.5%로 전체 응답보다 더 높았다. 반면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 때문에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증가의 책임이 정규직 노조에 있다는 응답은 정규직의 경우 12.7%, 비정규직도 10.1%에 불과했다. "고통분담으로 위기 극복을" 이번 일자리 관련 조사에서는 고용대란 위기를 국민들의 고통분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거나 정년을 늘려주는 제도인 임금피크제 도입'을 묻는 질문에 찬성(73.9%) 의견이 반대(15.8%)보다 훨씬 많았다. 응답자 4명 중 3명이 찬성한 것이다. 근로자의 경우 73.7%가 찬성해 전체 국민 의견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찬성하는 응답은 50대 이상(50대 78.0%, 60대 이상 77.7%), 사무ㆍ관리ㆍ전문직 종사자(77.3%), 국정운영 긍정 평가자(78.8%)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반대 의견은 19~29세(22.6%), 판매ㆍ영업ㆍ서비스 종사자(22.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세대별ㆍ직종별로 이해관계가 다름을 보여줬다. 또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줄이는 대신 직원을 감원하지 않거나 신규 채용을 늘리는 일자리 나누기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찬성한다(81.7%)'가 '반대한다(9.3%)'를 압도했다.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 찬성 응답이 75.9%로 비근로자(84.3%)보다 낮은 게 눈에 띄었지만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찬성 응답은 40대 이상(40대 87.2%, 50대 87.5%, 60대 이상 87.0%), 농ㆍ임ㆍ어업 종사자(89.2%)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반대 응답은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많았다. 아울러 근로자 10명 가운데 7명은 자신들의 회사에 위기가 닥쳤을 때 십시일반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회사 사정상 직원을 줄여야 하거나 연봉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직원을 줄이지 말고 연봉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69.4%로 '연봉은 줄이지 말고 직원을 줄여야 한다(18.2%)'보다 훨씬 많았다.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연령이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직원이 30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 응답자는 경기침체나 회사 위기 때 자신은 감원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같이 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연봉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연봉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직원이 31명 이상 299명 미만인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공기업 감원 해야" 56% 우리 국민들은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길거리 청소와 같은 공공 부문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보면서도 공기업 감원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비효율성에 대해 불만이 표출된 셈이다. 이번 전화조사에서 '지금처럼 일자리가 없을 때 홀로 사는 노인 돌보기, 길거리 청소, 공공취로 사업 등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5.6%에 달했다. 반면 '세금을 늘리고 예산을 낭비하는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는 응답은 15.6%에 그쳤다. MB정부가 민간 부문의 고용창출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인 것과 달리 예산낭비 등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저소득층의 고용지원을 위해 공공 부문의 역할을 적극 주문한 셈이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판매ㆍ영업ㆍ서비스직 종사자(80.4%)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반대 응답은 40대(21.0%), 생산ㆍ기능ㆍ노무직 종사자(19.6%)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일종의 공공 부문 일자리로 볼 수 있는 공기업의 감원 계획에 대해서는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감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56.1%로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줄이는 감원은 안 된다(29.8%)'의 2배에 이르렀다. 눈에 띄는 점은 반대 의견이 20대(36.7%), 학생(34.1%), 여자(34.5%)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 이는 공기업 감원으로 취업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찬성 응답은 30대(66.5%) 및 40대(64.2%), 남자(64.0%), 자영업자(70.7%)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대학생 너무 많아 청년층 취업난 심화" 71%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대학 졸업생 수가 너무 많아 청년층의 취업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일자리 수를 생각할 때 대학생 수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너무 많다'는 응답이 36.4%, '다소 많은 편이다'가 35.2%에 이르렀다. 우리 국민의 71.7%가 청년층은 취업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이유에 대해 대졸자 수가 많아 일선 현장에서 '일자리 미스 매칭'이 발생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대졸자는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 대기업만 선호하고 산업 현장은 직업교육을 받은 인력을 선호하다 보니 청년실업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찬성 의견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너무 적다'는 응답은 2.8%, '다소 적은 편이다'는 8.8%로 적다는 의견은 11.6%에 불과했다. '적정하다'는 12.5%였다. '대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는 응답은 50대(77.4%), 자영업자(79.5%), 사무ㆍ관리ㆍ전문직 종사자(75.6%), 소득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적은 편이다'는 응답은 20대(20.7%), 학생(25.0%)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청년 취업난은 과도하게 배출된 대졸자 탓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대학 졸업생들이 직장을 구할 때 눈높이를 낮추지 않아 청년실업 문제가 더 악화된다'는 논리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이 75.3%로 '동의하지 않는다(17.3%)'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60대 이상(81.2%), 생산ㆍ기능ㆍ노무직 종사자(79.9%), 국정운영 긍정 평가자(80.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대(20.5%), 학력이 높을수록, 사무ㆍ관리ㆍ전문직 종사자(23.5%), 국정운영 부정 평가자(20.5%)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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