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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자식 키우기 힘든 나라
입력1999-10-06 00:00:00
수정
1999.10.06 00:00:00
그런데 요즘 수구초심을 저버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해외이민이 늘어나고 있다 한다. 경기가 좋아지던 90년대 초반 해외에 나가살던 동포들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역(逆)이민이 늘었으나 최근들어서는 다시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고향을 등지고 이역만리로 떠나는 이유는 자식키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는게 대부분이다. 아버지는 한국에 남고 어머니와 자식들이 모두 타국으로 떠나는 경우가 특히 많다고 한다.그러나 5,000년을 이어 대대로 살아온 고국을 등지는 이유가 딱히 자녀교육과 생활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아파트보급이 늘어나면서 이웃간의 정이 마를대로 말라가고 있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한게 오늘의 도시 생활이다.
지구촌 어느 나라를 가봐도 우리나라만큼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우리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도 인정은 아직 살아 있다. 빈부간의 격차가 심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잣대로 행복을 추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대로 우리는 시기와 질투가 만연돼 있다. 어른들의 지나친 경쟁심은 이제 아이들에게도 깊이 뿌리박혀 같은 평수, 같은 배기량의 자가용을 보유한 집안의 아이들끼리만 어울린지 이미 오래다.
학교교육은 어떠한가. 말로는 전인(全人)교육을 외치고 있지만 중학교만 들어가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게 미래를 짊어져야할 동량지재(棟梁支材)들의 모습이다. 학교성적으로 진학이 결정되는 지금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학생들은 여지없이 탈락시키고 마는게 교육정책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런가.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중·고등학생들이 중간에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법이다. 어릴 때 사고뭉치가 어른이 돼서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뒤늦게 뉘우치고 열심히 공부해 우등생이 되는 경우도 과거에는 흔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교육은 「한번 실수는 영원한 인생의 실패」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다. 어른들도 일단 문밖에만 나가면 경쟁의 지옥이다. 우선 출근길 운전이 그렇다. 깜박이등을 켜면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달려가는게 우리 운전문화다. 간혹 공간이 남는다싶어 끼어들면 단박에 경적이 울린다. 직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연봉제다, 능력급이다 해서 동료간의 우애가 사라진지도 오래다.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낙오할 수 밖에 없는게 오늘날 직장인들의 현주소다. 동료간의 우애는 이제 한낱 감상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늘 「희망」을 강조한다. 만나는 이들마다 『희망을 가져라. 희망을 잃지마라』고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았던 정든 땅을 버리고 떠나는 이들이 희망을 품고 이 나라 이 땅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답답할 뿐이다.
金熹中<사회부차장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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