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과 일본 시중은행 간 첫 통화스와프 대출거래가 성사됐다. 이번 거래는 특히 정부가 아닌 한나라당이 시중은행의 엔화 부족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점과 앞으로 다른 국내 은행들로 이 같은 거래가 확산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져 이의 개선방안으로 민간이 중심이 되는 시중은행 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최근 기업은행이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기업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3년 만기로 각각 3,000억원과 200억엔을 서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엔리보에 398bp(0.01%포인트)를 얹어주는 조건이며 미쓰이은행은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45bp를 더한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이번에 차입한 자금을 중소기업 대출 등에 사용하고 미쓰이은행은 3,000억원을 서울지점에서 대출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한일 시중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주도했던 것과 달리 당 차원에서 임 정책위의장이 일본 금융당국 관료와 접촉하며 물밑에서 지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임 의장이 일본 금융당국 파트너로 논의한 사람은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재무성 부상이다. 임 의장은 지난해 일본 측과 30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때도 다케시타 부상과 은밀히 접촉해 성사시킨 적이 있다. 임 의장은 지난 25일에도 방한한 다케시타 부상과 만나 한일 간 통화스와프 등 양국의 금융시장 정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엔화자금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서울에 지점을 둔 일본 은행들이 이 같은 방식에 관심이 많아 국내 은행들과 일본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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