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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 Joy] 마이산 가을 洛照에 발걸음 멈추다

■ 청정美의 고장 전북 진안<br>돌산에서 자란 감나무 만추 여행객에 손짓<br>삭다리재 노을 ‘황홀경’


[Living & Joy] 마이산 가을 洛照에 발걸음 멈추다 ■ 청정美의 고장 전북 진안돌산에서 자란 감나무 만추 여행객에 손짓삭다리재 노을 ‘황홀경’ 진안=글ㆍ사진 홍병문기자hbm@sed.co.kr 관련기사 • 붕어찜 먹고 옹기 구워볼까? 겨울이 코끝에 걸렸는데 노령산맥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진안의 가을은 아직 자리를 내어 주기 싫은가 봅니다. 마이산 탑사 밑자락 둔덕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감나무는 가지 끝에 주황색 단감을 매달아 놓고 쉬이 가는 계절을 못내 아쉬워 합니다. 사시사철 예쁠 것도 없이 함초롬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이산의 돌탑. 만추(晩秋)의 돌산을 찾아온 손님을 늘 그렇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함께 길을 떠난 토박이 길동무는 마이산의 노을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라며 마이산에서 한참 떨어진 삭다리재로 이끌더군요. 당도해 보니 글쎄 진안 위생매립장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지켜보는 마이산의 해넘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가 입맞춤하던 바로 그 언덕의 노을을 뺨칩니다. 아마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쓰레기장이라나요. 가장 더럽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는 경험은 황홀하기 그지 없는 생활 속 잠언입니다. 신라시대 원효였던가요. 잠결에 무심코 떠먹었던 물 한 그릇이 해골에 담겨져 있던 것을 알고는 천금보다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가. 이곳 진안은 ‘사물과 법은 마음에서 난다’는 원효의 가르침을 자연 속에서 보여줍니다. 진안 사람들은 단아한 청정미(淸淨美)를 마을 최고의 자랑거리고 내세우더군요. 가지 끝 단감을 품고 있는 푸른 하늘은 땅거미 직전까지도 맑고 투명하기가 이를 때 없고, 해넘이 때 마이산 암봉우리와 숫봉우리를 벌겋게 물들이는 노을은 능선의 상서로운 힘에 기운을 더해 줍니다. 하지만 풍요로운 가을 속에서 하릴없이 도심에 갇혀있는 현대인의 갈증은 오히려 깊어집니다. 마천루 빌딩 숲에서 계절이 주는 축복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남산 높이만한 초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느끼는 목마름은 찬란한 외로움의 심사(心思) 때문일까요. 아무리 부유해도 감나무 끝에 까치 밥을 남기는 여유가 없다면 우린 여전히 가난한 겁니다. 청정과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이곳 진안 사람들도 물질문명의 유혹 앞에서는 근원적 욕망을 어찌할 수 없나 보더군요. 거대한 댐이 만들어낸 용담호 한가운데 100m가 넘게 치솟는 물기둥 분수를 세워놓고 자랑을 합니다. 한국, 아니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물기둥이라나요. 아마 이것도 찬란하고도 외로운 심사 탓이겠지요. 미국 소설가 리처드 바크는 너무나 유명한 그 소설 속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했습니다. 높이로만 가치를 평가 받는 세상에서 이미 멀리 보기에 길들여진 우리는 가장 가까운 자기 가슴 속을 들여다보는 데는 인색해졌나 봅니다. 엄동설한을 앞두고 풍요로운 가을이 자취를 감추기 전에 청정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겠지요.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란 것은 그래서 아닐까요. 입력시간 : 2005/11/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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