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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남성학] 욕정과 관음증

'훔쳐보는 욕구' 6개월 지속땐 환자

이탈리아의 작가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에 실린 이야기 한 토막. ‘순진한 소녀가 신에게 자신을 바치려고 사막에서 고행하는 수도사를 찾아갔다. 수도사는 소녀의 자태에 반해 마귀를 지옥으로 쫓아내야 영혼이 구원될 수 있다는 말로 현혹, 정조를 범했는데 한번으로 양이 차지 않았는지 무려 여섯 번이나 일을 치렀다. 이후 소녀는 수시로 수도사를 찾아와 신에게 삼가 바치겠다며 그 일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어느 날 마귀를 몰아낸 자신의 경험담을 다른 여성에게 들려주자 이를 들은 사람들은 인간들은 모두 그런 방법으로 마귀를 지옥으로 보낸다며 웃었다.’ 청순한 소녀의 매혹에 본분을 잃은 수도사나 그 일을 거듭 요구한 소녀나 피장파장인데, 인간에게 내재된 본능적 탐욕을 설파한 내용이다. 이처럼 인간은 성을 경험하면 수치감이 없어지고 대범해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부끄러움을 새롭게 자각하는데 아무렇지 않게 편한 자세로 앉던 여성이 성을 경험하고 나면 무릎을 다소곳이 붙여 은밀한 곳을 자신도 모르게 방어하는 행동이 좋은 예다. 해서 무화과 열매를 따먹고 부끄러움을 알게 된 아담과 이브가 순수함을 잃어버렸다고 천상에서 추방된 것이다. 이를 두고 문화학자들은 부끄러움이 발명한 옷을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차타레 부인의 사랑’이라는 불멸의 로맨스 소설을 쓴 작가 로렌스는 ‘추악한 사랑의 자세는 신이 인류에게 준 최대의 농지거리’라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관음증이 필연적으로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신이 준 최대의 쾌락적 모습을 보고 싶은 욕구가 바로 관음증의 출발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감추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들쳐보며 이성과 욕망의 세계를 오간다. 다른 사람의 성교 장면이나 성기를 몰래 반복적으로 보면서 성적인 만족을 느끼는 성도착증인 관음증이 우리사회에 널리 확산된 것은 인터넷 문화의 산물인데, 이러한 증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관음증 환자로 진단한다. 관음증에 빠지면 정상적인 성생활은 물론이고 사회활동에도 이상이 생겨나게 되어 점차 소심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또 보다 강한 자극을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따라서 인터넷 포르노사이트에 자주 접속하거나 자위행위가 빈번하다고 판단되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관음증 환자 중에는 조루나 왜소 콤플렉스가 많은데 성기능이 부실하면 정상적인 행위에 부담을 느끼고, 그로 인해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지 않는 관음증의 나락으로 빠져 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관음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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