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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비상벨 울린 자영업자 대출

자영업자의 대출에 비상벨이 강하게 울리고 있다.

당장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빚 비중이 상용직 임금근로자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의 총량보다 더 큰 문제는 부채의 증가속도가 근로자의 2배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도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긴급점검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 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양호한 편. 하지만 오는 2ㆍ4분기에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내수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가 무더기로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한계점 넘어서고 있는 부채 수준= 금융감독원이 5일 마련한 자영업자 부채 현황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의 금융부채 증가율은 20.1%로, 상용직 임금근로자(12.3%)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중은 173.5%로 상용직 임금근로자(97.1%)와 비교해 두 배의 빚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TI)는 19.3%로 역시 상용직 임금근로자(11.7%)보다 빚 상환 부담이 훨씬 컸다. 전체 평균과 비교해도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중(평균 135.2%)과 DTI(평균 15.0%) 모두 28%씩 더 높다.

이번 자료는 금융감독원이 한국은행, 통계청과 공동으로 발표했던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서 인용된 것이지만, 금융당국은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가 악화될 경우 원금상환에 따른 부담이 높아지고, 금융기관의 부실위험도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대외여건이 어려워질 때 부실이 증가할 것에 대비, 금융회사의 대출증가액과 리스크 관리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금감원이 파악한 자영업자 연체율은 1% 안팎으로 현재까지 아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영업이 부진해지자 빚을 내서 장사를 이어가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악성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상된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영업적자를 빚으로 메우는 악순환에 대내외 여건까지 안 좋아질 경우 원금상환액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가계 부채의 또 다른 뇌관 될 수도= 자영업자 대출은 간신히 진정세를 되찾고 있는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3년간 베이비부머 세대의 창업이 급증하면서 은행들도 주택을 담보로 자영업자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고, 이에 따라 연체율 관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자영업자 대출은 1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전체 중소기업 대출잔액의 30% 수준이 자영업자 대출로 파악된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하반기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부채 문제로 가계대출이 억제되자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에 주력했던 결과다.

퇴직시기를 맞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 대출도 덩달아 늘어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자영업자 수는 현재 약 550만 명 규모에 이른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감소하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구분하지만, 성격을 따지고 보면 사실상 가계부채와 같다”며 “창업의 실패가 고스란히 가계 빚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은 가계대출 부실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쟁적으로 자영업자 대출 신상품을 출시하고, 대출보증을 확대했던 은행들도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출도 줄어드는데 영세 자영업자는 내수위축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거시경제 흐름 더 나빠지기 전 사전대응= 금융 당국은 특히 거시 경제의 흐름이 좋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는 “유럽발 위기는 물론 고유가에 따라 원가가 올라가면 자영업자들은 이를 전부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이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오는 5월이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대출 부실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최소 5월까진 불확실성을 더할 수 밖에 없고, 국내경기 역시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부채상환 여건을 개선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수활성화이지만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자영업자는 서민층이 많기 때문에 서민금융지원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필요할 경우 방안을 마련할 것”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한국음식업협회 등 자영업단체들과 손 잡고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정보 제공 및 금융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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