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과학기금 부족사태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금 부족으로 과학지원 사업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혁신'을 내세우고, 박근혜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성과를 산업 현장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 예산은 말라가는 중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진흥기금으로 진행된 17개 사업 가운데 3개가 올해 폐지됐다. 2개는 일반회계 사업으로 넘어갔다. 817억원의 사업비 가운데 매년 고정으로 지출되는 사업비를 제외하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비는 5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국가적인 연구개발사업의 효과적인 추진과 연구개발투자 확대 등을 위해 적시에 지원해야 할 자금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진흥기금이 말라가는 이유는 주수입원인 복권전입금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온 복권전입금은 676억원으로 지난해 733억원에 비해 57억원이 줄었다.
여기다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펀드 출자 승인을 받지 못해 지난 2007년 이후 투자의 맥이 끊긴 것도 재정 악화에 한몫을 했다. 이미 대덕특구 투자펀드가 정리된 것을 비롯해 남은 사모펀드 2개도 2017년이 만기다. 사실상 복권 수입 외 기금 충당 수입이 전무하다. 기재부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을 제외하면 2010년 2,037억원이었던 전체 기금 수입도 올해 1,203억원으로 줄었다. 내년 기금 사업비도 올해와 비슷한 800억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복권시장이 활발치 않은데 전입금을 배분받는 것 외에 다른 수입원이 없으니 새로운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연구개발기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의 수입액 1,782억원은 당초 계획이었던 2,494억원보다 712억원이 적다. 지난해 총수입이었던 2,171억원에 비해서도 400억원 가까이 적다. 원전 납품비리 여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점검 등으로 지난해 발전 이용률이 크게 내려가면서 주 수입원인 법정부담금(발전량 1KWh당 1.2원)이 1,665억원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법정부담금 수입이 1,600억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미래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1997년 기금 설립 이래 이렇게 재정이 어려운 상황을 맞은 건 처음"이라며 "지난해에는 여유자금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여유자금도 바닥난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과학 기금들이 모조리 재원난에 빠짐에 따라 미래부에서도 신규 수입원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과학기술진흥기금의 경우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정을 통해 기부를 받고 여성 벤처인 대상 펀드 등 아이디어 펀드를 조성, 투자해보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기재부와 안전행정부, 국회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부담금을 1KWh당 1.8원으로 올리길 희망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차입을 하거나 사업비를 줄이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래부 내부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금에까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법정부담금 인상안을 발의했던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 연구개발 지원이 상당 부분 기금에서 나오는데 산업부 쪽에서 요율을 올릴 경우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는 논리로 반대해 의안이 계류됐다"며 "차라리 전기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이에 연동시켜 볼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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