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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돈가뭄] '부채비율 200%' 포기 속출
입력1999-10-13 00:00:00
수정
1999.10.13 00:00:00
손동영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가까스로 넘겨 한숨 돌리던 6대이하 30대 그룹들은 지금 대우사태로 촉발된 금융경색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있다. 돈이 없어 신규투자는 아예 포기했고 기존시설의 보수·유지조차 쉽지않다. 벌써부터 내년이후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상당수 그룹은 연말로 다가온 부채비율 200%달성 시한을 벌써부터 포기했다.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증자가 어려워졌고 해외에서 자금조달하기는 더 힘들다. 팔래야 팔 자산이 없다는 기업도 적지않다.
◇심각한 자금난 = 30대그룹에서 대외창구역할을 하는 홍보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면 어느 그룹이고 문제가 없다. 『조금 어렵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룹 전체의 자금사정을 꿰고있는 실무자들 입에서 정반대 얘기가 나온다. A그룹 관게자는 『오는 11월에 계열사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증시상황이 나빠 사실상 포기상태』라며 우울해했다. 당연히 설비증설계획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B그룹은 1∼3개월단위로 회전되던 자금이 하루이틀 단위의 초단기로 운용되고 있다. B그룹 관계자는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무척 어렵다』며 『30대그룹이 대부분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그룹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의 경우 종전엔 일부를 상환하고 나머지를 연장했지만 지금은 전액상환을 요구받고있다. 은행측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며 거세게 압박,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어려운 증시상황에도 불구, 운좋게 증자에 성공한 그룹들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C그룹은 얼마전 1,000억원대의 증자대금이 들어오자마자 부채상환에 다 써버렸다. 손에 쥐어보지도 못했다고 한숨을 쉰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인 D그룹의 실무자는 『지금은 현금을 갖고있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게 수뇌부의 판단』이라며 『돈이 생겨도 차입금 상환에 다 쓰지않고 남겨두고있다』고 전했다.
E그룹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가 증자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그룹 전체적으로 자금이 부족하다』며 『부채비율 200%달성을 위해선 우리 여건상 자산매각이 유일한 해법인데 사실 팔 수있는 자산도 없다』고 답답한 표정이다. 이 관계자는 『30대그룹 중 10여개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왜 이런가 = 대부분의 30대 그룹은 지난 상반기까지 자금 수요가 없었고 투자심리도 실종됐다. 이에 비해 지난해말부터 급증한 통화량에 힘입어 금융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자금사정에 상당한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하반기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투자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자금수요가 커지고 있다. 반면 대우사태의 여파로 투신권이 흔들리면서 회사채를 인수할 세력이 없어졌고 이는 곧 기업들의 자금줄을 묶었다. 또 단 금 수요가 급증하는데 기업어음(CP)도 인수하려는 투신사가 없다. 남은 자금줄은 은행인데 그들의 처지가 기업들 못지않게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해외자금 조달은 더욱 어렵다. 현대, 삼성등 대그룹마저 해외자금 조달이 쉽지않은 상황에서 6대이하 그룹들이 국제금융시장에 나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 현재의 유동성 악화가 97년 IMF직전같은 대그룹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대부분 기업이 부채비율 감축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쓰러질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자금사정 악화로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전면중단한 것은 큰 문제다. 대부분 기업이 기존 시설을 유지·보수하는데만 신경쓸 뿐이며 최근엔 그마저 어려울 정도다. 지금의 투자를 내년이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한대로 투신사 구조조정과 대우문제를 11월6일까지 매듭짓는다면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대부분 30대 그룹들의 현금유동성 불안은 위기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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