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스승들은 제자들의 학습 효과를 배가하고, 연구 열정을 북돋기 위한 자신만의 교수법이 있다. 또한 좋은 교수법은 학생들의 연구 능률을 높이고,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훌륭한 촉매제가 된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캠퍼스 재생에너지공학 전공 안세진 교수의 무기는 바로 친근함이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괴리감을 없애는 것이 학생들의 열정을 성취로 이어줄 초석이 된다는 판단 아래 학생의 입장에서 강의를 준비하고, 한 발 먼저 다가서는 학생 친화적 교수법을 실천하고 있다.
Q. 지도하시는 전공과 연구분야에 대해 알려주세요.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한정된 유한자원인데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입니다. 재생에너지공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태양열·태양광·풍력·지열·연료전지 등의 친환경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이에요.
저희 연구실의 경우 태양전지를 주력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는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저희 팀은 2세대 박막형 태양전지, 정확히 말해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화합물 박막 태양전지를 다룹니다.
Q. UST의 교수로서 강의를 준비하실 때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태양전지의 기초이론 부분은 많은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이미 잘 정리돼 있는 이론인데다 KAIST나 충남대와의 교류수학 프로그램을 통해 더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UST에서는 정부출연연구소의 막강한 연구·실험 인프라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UST만의 강점을 살린 교수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강의의 목표는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동안 에기연의 태양광 연구실에서 창출된 성과들을 논리적 순서에 맞춰 재구성하여 일선 연구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해주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도출되면 강의의 내용도 자연스럽게 업데이트 됩니다.
Q. 박막 태양전지 분야에서 에기연이 쌓아온 실제적 연구·실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주는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그것이 UST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요? 저희 태양광 연구실에서만 20여 년간 박막 태양전지를 연구해오면서 무수한 성과들이 창출됐습니다. 학생들이 제 강의를 통해 과거에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이뤄졌고, 그 전체적 흐름 속에서 자신이 현재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꼈으면 합니다.
Q. 편안하고 허물없는 강의 스타일로도 유명하신데.
제 경험에 비춰볼 때 학생들에게 교수는 뭔가 불편하고,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예요. 평상시 수다스러운 학생도 강의시간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하죠. 하지만 교수와 제자와의 관계가 이처럼 부담스러우면 적시적기에 도움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찾아와서 상의를 하지 않으니까요.
이는 분명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때문에 가급적 교수가 아닌 실험실의 선배가 후배에게 지식과 노하우를 전해주는 편안한 강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편안한 강의 분위기를 만드는 노하우 몇 가지만 알려주세요.
일반 대학의 교수님들은 실험실에서의 실무적 스킬보다는 강의실 교육에 강점을 가지신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저는 에기연에서 10여 년간 화합물 박막 태양전지를 연구하며 세부적인 실험 스킬과 최신 장비의 취급·관리법 등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지만 실험의 매끄러운 진행을 도와줄 꼼수(?)들도 많이 알고 있고요. 나노입자 합성 시 최대한 시약냄새를 맡지 않으면서 실험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들이죠.
이런 장점을 이용하면 학생과의 벽을 허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실험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오랜 시간 홀로 고민하던 학생이 제게 도움을 청했는데, 질책하지 않고 친한 선배처럼 다가가 쉽게 해결해줬더니 이후부터 저를 한층 가깝게 대하더군요.
Q. 학생들이 쉽사리 마음을 열던가요?
UST의 교수로서 강의를 시작한 것이 올해로 2년째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저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많이 바뀐 것을 느끼고 있어요. 첫 학기 때는 어려워하는 모습들이 역력했었는데, 지금은 사소한 일로도 서슴없이 찾아와 상의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요.
호칭도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학생들이 저를 교수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냥 박사님이라고 부르죠.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그만큼 저를 친근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평가하고, 검사하고, 질책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동일한 목표를 가진 연구팀의 일원으로서 함께 의논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제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Q. 평상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재 우리나라 학생 1명과 파키스탄 학생 2명, 방글라데시 학생 1명 등 총 4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하고자 하는 일이 어려움을 겪으면 의기소침해지기 쉬운데 R&D라는 분야 자체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므로 실패가 잦습니다.
때문에 하루하루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라는 조언을 합니다. 1년간 연구에 매달려도 만족스런 날은 며칠뿐일 수도 있으니 긍정적 마인드로 과정을 즐기라고 강조하죠.
Q.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였나요?
제자가 한 분야의 연구자로 당당히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지도한 파키스탄 출신의 여학생 제자가 석사 2년차 시절 국제학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좋은 결과로 박수 받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도 학생 한 명 한 명이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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