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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우리나라도 고도비만수술의 역사가 10년이 됐다. 고도비만수술이라는 말이 9시 뉴스에 등장하며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국가에서도 보험적용을 검토한다는 기사들이 심심하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여기까지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 치료가 수술이라는 것에는 여전히 냉랭한 반응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도비만의 치료에 있어 수술이 갖는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도비만수술이 시작된 지는 60년이 돼가며 미국과 유럽의 경우 단일 질환에 대해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 중 하나이다.
이렇게 고도비만수술이 급격하게 인정받고 성장한 배경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식이와 운동요법으로 대표되는 기존 비만치료들의 실망스런 결과에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유일한 비만치료 약물이었던 '리덕틸'의 시장 퇴출과 함께 고도비만수술 건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고도비만수술이 장기적으로 요요 없이 체중감량이 안정적이며 여러 질병, 특히 암ㆍ심혈관질환ㆍ당뇨병ㆍ관절질환 등의 개선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를 소개하면 2004년에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된 것으로 2만2,094명의 고도비만수술이 시행된 환자를 장기간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자면 과체중 감소로 당뇨병과 고혈압ㆍ고콜레스테롤ㆍ수면무호흡증ㆍ관절질환ㆍ천식ㆍ불임 등의 증상이 극적으로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런 결과들이 단순히 1~2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속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도비만수술은 그 특성상 다양한 방법이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장기적인 안정성 및 효용성을 검증 받아왔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고도비만수술은 순수하게 음식섭취를 제한하는 위밴드술과 위절제술, 그리고 음식섭취의 제한에 일부 영양흡수를 제한하는 위우회술이 시행되고 있다.
용어는 낯설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위에 어떤 물리력을 가해 칼로리 섭취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술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 특히 고도비만수술에 복강경(배를 열지 않고 작은 구멍을 통해 비디오를 보면서 하는 수술)이 접목되면서 위밴드술의 경우는 당일 퇴원이 가능하며 위절제나 위우회술의 경우 역시 3일 이내의 입원기간이면 충분하다.
비만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살이 빠졌다 쪘다를 반복하는 요요 증상 및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고생을 하는 고도비만환자의 경우 수술이 최후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는 2020년이 되면 사망원인의 50% 이상이 비만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비만은 이제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그 치료에 있어 수술의 가치가 인정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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