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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새금융] 12. 교보생명
입력2000-01-23 00:00:00
수정
2000.01.23 00:00:00
한상복 기자
「재벌판」으로 불리는 2금융권에서 생명보험을 주력으로 고속 질주해온 신화가 불가사의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영으로 경쟁사를 애태우는 사업방식은 업계의 오리무중이다.교보는 생명보험업계의 연구대상이다. 「성장의 괴력이 저런 조직의 어디서 나오는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상식을 뛰어넘는 조직운용과 인사, 파격조차 깨뜨리는 영업방식이 58년 창립 이래 교보를 이끌어왔다.
교보생명은 다른 생명보험사와는 거꾸로 길을 걷는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지난 2년간 업계의 설계사 수가 6만5,000명이나 줄었지만, 교보는 오히려 27.9%나 늘렸다. 거꾸로 영업전략을 통해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10% 가량의 판매신장을 기록했다는 것이 교보의 자랑.
지난해 경영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수입보험료 10조1,106억원을 기록했다. 4월부터 9월까지의 순익(배당전 기준)만 3,993억원으로 98회계연도 전체(2,883억원)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교보의 최대 강점은 「보험업 자체에 대한 노하우」다. 지나치게 많다 싶을 정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 회사가 국내 유일의 보험전문그룹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생명그룹 역시 보험을 주력으로 하지만, 문어발 확장으로 방대한 계열사를 만들다보니 보험업의 이미지가 희석된 것이 사실.
그러나 교보는 교보생명을 주력기업으로 못박고 있다. 자회사는 모두 생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그룹의 후광을 받고 있는 삼성과도 다르다.
보험 노하우가 많다보니, 온갖 희귀한 상품이 쏟아진다. 80년대 초반에 크게 히트를 쳤던 통장식 투자수익 보험이나, 은행 예금하듯 넣었다 뺐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연납과 월납을 오갈 수 있게 상품을 구성해 계약자 수익률을 올려주기도 했다. 이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경쟁사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었다.
교보생명은 『우리만큼 자산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굴리는 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총자산 21조원을 유가증권과 대출, 부동산 등에 고루 나누어 투자하고 있다.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게 회사측의 설명.
교보의 불가사의와 오리무중은 그동안의 고속성장에 밑거름이 되어 왔지만, 21세기에도 주효할지는 미지수다. 경영진을 자주 교체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던 불가사의가 새로운 시대에도 신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속을 알 수 없는 주요주주의 판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던 조직이 지속적인 일체감으로 묶여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미 우리사주조합을 도입해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했지만, 교보 경영진은 운도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교보의 불가사의·오리무중 경영이 어떤 질적 변화를 겪을지 주목된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우승호기자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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