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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론과 뒷북론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져들면서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다. 예전에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 일색이다가 최근 증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자 뒤늦게 지수 전망을 낮춰잡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이 같은 갈팡질팡한 전망 속에 이를 믿고 투자에 나선 개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오름세를 지속하자 각 증권사들의 전망은 장미빛 일색이었다. 한 증권사가 올해 예상지수를 900포인트로 발표하면 다른 증권사는 950포인트, 또 다른 증권사는 1,000포인트 돌파도 문제없다고 전망했다. 증권사들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한 방향으로 무리지어 달려가는 '들쥐떼'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장미빛 전망이 난무하자 개인 투자자들도 당연히 주식매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한 방향으로만 뛰어가는 들쥐떼는 벼랑을 만나면 모두 한꺼번에 떨어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주식시장에 이 같은 운명이 찾아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식시장이 지난 4월 고점을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지속할 때만 해도 증권사들은 지수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한두달 사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다며 기존 전망을 고수하던 증권사들이 일제히 기존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주에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대표적 낙관론을 펼치던 삼성증권도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를 200포인트 가까이 하향조정했다. 각 증권사들은 지수를 내려잡는 가장 큰 이유가 국내상황보다는 불확실한 해외변수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좀더 빨리 지수전망을 하향조정하지 못했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증시침체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들이 뒷북만 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의도의 투자전략가나 미아리의 점쟁이나 다를 게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에 필요한 것은 다양한 분석을 통해 주식시장을 예측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뒤 전망이 빗나갔을 때 그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솔직한 태도다. 어차피 미래의 주가를 예상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재용<증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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