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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괴롭혀 지갑 열게 만들라"


■포스트모던 마케팅(스티브 브라운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영국 얼스터 대학 마케팅 교수인 스티브 브라운이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공항에서 겪은 일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강렬한 눈빛 탓에 평소 입국 심사대를 별 탈 없이 통과해 본 적이 없던 그는 이번에도 잔뜩 긴장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심사관이 퉁명스럽게 묻는다. "미국 방문 목적이 뭡니까." "마케팅 컨퍼런스 참석입니다." 빈정거리듯 심사관이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말해보세요. 선생나리. 성공적인 마케팅 비결이 무엇입니다." 이런…. 당혹스럽다. 주저주저 한 끝에 브라운 교수 입에서 튀어나온 말. "고객은 항상 옳다는 것…"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심사관이 위압적으로 말한다. "아닙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것입니다…왕." 사실 스티브 브라운은 이 심사관에게 거짓말을 했다. 편안히 심사대를 통과하려고 말이다. 마케팅 학계에선 꽤 유명한 브라운 교수. '고객 지상주의'를 내세운 필립 코틀러 등 전통 마케팅이론에 반기를 든 학자로 명성이 높다. 포스트모던 마케팅이라고 출판사에서 이름을 붙인 그의 이론은 '고객은 결코 왕이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는 고객 지상주의 마케팅 대안으로 마케티즈(Marketease) 이론을 내세운다. 고개들을 만족시키기 보다는 그들을 안달이 나게 하고 감질나게 만들고, 심지어 그들을 괴롭혀 지갑을 열게 하라는 것이다. 앱솔루트 보드카의 호기심 마케팅이나 가수 마돈나의 오만한 반고객 마케팅, 해리포터 시리즈 출판사 블룸즈버리의 철저한 사전 정보 통제 전략 등이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무절제한 사례 나열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 관련 각종 이론을 함께 열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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