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이자 영화 감독인 프랑스 출신 알랭 플래셔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 '알랭 플래셔'전이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언어학과 인류학을 전공하고 사진촬영과 영상작업을 해 온 그는 작품에 인문학적인 깊이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다. 7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120여점이 소개되는 전시는 알랭 플래셔의 대표작이 국내 처음 소개되는 대형 기획전. 그의 작품을 처음 보면 컴퓨터로 합성한 디지털 사진이 떠오른다. 대표적인 작품이 '행복한 나날들' 시리즈. 벨라스케스ㆍ앵그르 등 유명 화가의 누드 작품을 바닥에 놓인 거울에 반사시키고 피노키오나 피에로 등 장난감이 거울을 움직이도록 설치한 후 이미지가 변하는 과정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작품은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져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익살스러운 장난감이 연출해 내는 생동감도 어우러진다. 플래셔는 영화나 명화 등을 벽면이나 누드에 투사한 후 그 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묘지 비석에 놓아 둔 죽은 자들의 사진을 프로젝터로 건물이나 야경에 투사한 후 나타나는 영상을 포착한 '얼굴들의 밤' 시리즈, 이탈리아 유명 영화를 길거리나 벽면 등에 투사한 후 찍은 '시네마' 시리즈 등 작품에는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이 한 화면에 담겨있다. 언어학자적 고민이 묻어난 작품도 있다. 사자의 울음소리,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 등 소리를 이미지로 변환해 그래픽으로 처리하고 그 옆에 대상을 촬영해 함께 소개하는 등 보통 사진 전시회에서 보기 힘든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전시회에 맞춰 한국을 찾은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인위적인 테크닉을 부리지 않고 자연적인 상태를 포착해 내려고 애쓴다"라며 "나의 작업과정은 '게임이자 놀이', 프로젝션에 투사되는 이미지와 유리에 반사되는 장면은 사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세계"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1일까지.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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