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발표된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퇴직연금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책은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퇴직연금의 사외적립 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주내용이다. 얼마나 제대로 실행되느냐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책은 퇴직연금시장 성장에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선 시장 규모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약 10년 후인 오는 2023년 퇴직연금자산은 지금보다 최소 180조원에서 최대 400조원이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치의 중간값으로 보면 약 300조원이 증가하는 셈이다. 퇴직연금 도입 후 9년 동안 100조원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은 3배 정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돈은 기업에서 근로자를 거쳐 금융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다.
퇴직연금시장의 투자 상품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90% 이상이 금리형 상품으로 돼 있는 퇴직연금 시장은 앞으로는 실적배당형 상품이 퇴직연금자산의 20~35% 비중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2023년까지 적게는 90조원에서 많게는 180조원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
이처럼 퇴직연금시장이 규모나 구성 면에서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자본시장도 좋은 기회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있어서는 자본시장은 이 기회를 누릴 수 없으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선 고객의 신뢰를 받을 만한 상품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상품이 다양하게 라인업돼 있어야 하고 중수익·중위험 등과 같은 다양한 자산군의 상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상품의 장기운용성과가 좋게 유지돼야 한다. 퇴직연금상품은 10년 정도의 장기운용성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실적형 상품 가입자들의 자산배분을 잘 관리해줘야 한다.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가입 후 운용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일임형 랩, 표준형 DC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사업자는 온라인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가입자들의 포트폴리오 운용과 리스크 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해줘야 한다. 연금에 대한 가입자 교육도 실질적으로 많이 이뤄져야 한다.
퇴직연금이라는 공은 자본시장으로 던져졌다. 이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이제 자본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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