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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파장 동아시아로 확산
입력2002-02-25 00:00:00
수정
2002.02.25 00:00:00
캘퍼스등 美기관투자가들 "투명성 취약땐 철수" 으름장회계장부를 분식처리하다 파산한 엔론 스캔들의 파장이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로 확산되고 있다. 엔론 파산 이후 뉴욕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회계가 불투명하거나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기를 기피하고 있으며 아시아 투자펀드에서도 최근 들어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기관투자가들은 아시아 국가 또는 기업에 투명성 제고와 미국의 일반회계준칙(GAAP) 적용을 요구하면서 이 같은 조건이 성숙된 기업에 우선 투자하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투자를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뉴욕의 스커더인베스트먼트는 지배구조가 개선된 기업을 골라 투자함으로써 한국기업의 경영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할 계획이고 엘리어트어소시에이츠 등은 특히 삼성전자에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며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은 기업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 이외에도 정치안정, 노동구조 개선 등 비경제적 조건까지 제시, 아시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펀드들의 이 같은 요구가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증시의 흐름을 되돌리지는 않겠지만 아시아 특유의 가족경영 구조를 개선하는 강력한 외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한국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선된 나라로 뉴욕 월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엔론 파동 이후 월가 투자자들이 투명성을 강조하고 이에 따라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기업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 10년 이상 투자해온 스커더인베스트먼트는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와 공동으로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설립, 3억달러 안팎의 자금을 한국의 중견기업 가운데 지배구조가 개선돼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 펀드의 매니저 니콜라스 브래트는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주주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한국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도록 힘쓸 것"이라며 "새로운 펀드는 지배구조가 훌륭한 회사에 투자하고 지배구조가 나쁜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배런스지에 따르면 미국계 펀드들은 삼성전자에 기업지배구조와 연계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런스지는 엔론 사태 이후 외국인투자가들이 아시아 기업들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ING베어링스 등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배런스지는 보도했다.
◇ 투명성이 취약하면 철수
미국 최대 연금기금인 캘퍼스는 지난주에 투명성이 취약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미흡한 ▦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에서 철수하며 지배구조가 상당히 개선된 한국에서는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500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캘퍼스는 ▦정치적 안정성 ▦근로조건 ▦언론의 자유 등 경제 외적인 요인도 자본 철수의 요인으로 명시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캘퍼스가 경제적 요인이 아닌 윤리적 조건을 제시해 아시아 국가에 충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미국 3위 연금관리 펀드인 캘리포니아 교사연금도 최근 기업지배구조를 주요 요인으로 선정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홍콩의 리카싱을 비롯, 가족 중심으로 경영을 해온 아시아 기업들에 수익성 위주로 투자를 해왔지만 엔론 사태 이후 경영투명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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