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남 여수 문수동의 여수정보화고등학교 한 켠. 이 학교 박정순 교무기획부장이 저소득가정 학생들의 눈물 겨운 생활고를 소개했다. 복지정책 점검을 위해 현장을 찾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동석한 자리였다. "아직도 많은 수의 학생들이 기초수급자나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 소득을 버는) 차상위자여서 생활이 어렵다"는 것.
박 장관은 "저녁 급식비 지원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재원의 한계가 있어서 어떨지 자신 있는 답변은 힘들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한 해 무려 300조원대의 나랏돈을 관장하는 재정부 장관이 그까짓 저녁 급식비 지원도 확답 못할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 하지만 거꾸로 보면 현재 정부 살림이 그만큼 빠듯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복지재정이 빠듯해진 것은 정치권의 공짜 복지공약 탓이라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야는 보편적 복지라는 우아한 용어를 써가며 전 국민에게 공짜 보육, 공짜 복지 서비스를 약속하지만 이런 선심성 공약에 정부재정이 소진된 탓에 정작 나라의 지원이 절실한 소외계층은 적기에 도움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재정마련이 빠듯한 것은 저소득층 지원 분야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전인적 학습을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의 전반적인 확충이 요구되지만 그동안 다른 재정사업들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 경우가 많았다. 이 학교에서 국제교류부장을 담당하는 한 교직원은 "특성화고에 대한 해외 체험학습 사업 예산이 올해 줄었더라"고 호소했다. 교육부장을 역임 중인 다른 교직원은 "음악시간도, 음악연습실도, 악기도 확보가 안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재학생들과 만나 말이 가는 곳에는 소도 갈 수 있다는 뜻의 '마행처 우역거(馬行處牛亦去)' 고사성어를 좌우명으로 소개하며 "다른 사람이 이룬 업적은 자신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새겨달라"고 용기를 북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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