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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성훈 서울대 약대 교수
입력2003-09-03 00:00:00
수정
2003.09.03 00:00:00
김문섭 기자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9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성훈 서울대 약대 교수는 단백질의 신기능과 네트워크를 규명하는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간 유전체(게놈) 지도가 완성된 이후인 `포스트 게놈` 시대의 생명과학 연구에서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단백질의 신기능과 네트워크를 규명하는 작업. 이를 예상한 김 교수는 게놈 지도가 완성되기 수년 전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했으며, 지난 98년 과학기술부의 창의적연구진흥사업에 선정돼 연구의 깊이와 폭을 빠르게 확대시켜 왔다.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나간 지금까지의 업적을 인정받아 최근에도 여러 국내외 학회와 세계적인 학술지로부터 잇따라 강연, 총설 게재 요청을 받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세계 유명 학술지에 게재한 관련 논문만 해도 40여편에 이르며, 100여회에 걸쳐 국내외 학술강연과 학술대회 논문 발표에 나섰다. 등록된 특허만 해도 20여건이나 된다.
한국과학재단은 “김 교수가 폐의 발생과 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새로운 신호 전달과정을 규명해 폐암의 발생과정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진단 및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과학기술자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에 관한 김 교수의 논문은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네이처 제너틱스에 게재됐다.
김 교수가 이번에 평가받은 공적은 이전 연구를 통해 `p38` 단백질의 세포내 안정성 유지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단백질이 발암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는 점이다.
p38은 단백질 합성효소들과 거대한 단백질 복합체를 구성하는 인자로만 알려져 왔을 뿐, 지난 20년간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지난해 단백질 합성효소들이 이루는 복합체의 형성과 이들 효소들의 세포내 안정성 유지에 p38이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미국학술원회지인 PNAS에 게재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단계 심화해 발암성 유전자의 발현과 암세포의 증식에 p38이 관여한다는 점을 발견, p38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암에 대해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암은 다양한 발암성 유전자와 암억제 유전자들의 발현, 그리고 단백질 간의 상호 작용에 이상징후가 생기면서 발전하게 된다. 때문에 많은 생명과학자들은 새로운 발암 유전자와 암억제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 발견된 암 관련 유전자들은 새로운 기능의 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활용되며 암의 진단과 예측에도 적극 활용된다.
김 교수는 p38 단백질이 결핍된 쥐는 각 장기 조직이 지나치게 빨리 성장해버려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다는 사실을 발견, p38이 세포의 성장에 미치는 기능을 알아냈다. p38은 폐암을 비롯해 다양한 암을 발생시키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발암유전자 `c-myc`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암화된 세포가 다시 정상분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p38이 발암유전자인 c-myc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향후 다양한 형태의 암을 억제하는 데도 p38이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세포의 증식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중요한 신호전달 물질 `TGF-beta`와 c-myc 사이의 신호전달 과정에 p38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점도 김 교수의 연구로 규명됐다.
이 같은 김 교수의 연구업적을 바탕으로 p38의 돌연변이에 따른 암 발생과 p38을 이용한 암의 유전자 치료, 암 진단 및 신기전 항암제 개발 등의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 교수는 이보다 앞서 혈관형성과 면역조절 기능이 있는 단백질을 발견, 지난해 12월 중국 유수의 제약회사에 250만달러를 받고 수출했으며 이를 암 치료 바이오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국제공동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김성훈 교수 인터뷰]"사람 머리써서 하는 분야 거대자본 美와 겨뤄볼만"
“사람 머리갖고 하는 싸움은 미국과도 해볼 만 합니다. 단백질 기능 연구 같은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죠.”
김성훈 교수는 선진국 중심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이미 `포스트 게놈`을 내다보고 단백질 기능 연구에 착수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전체 지도를 그리는 것은 거대 자본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한 작업이지만, 머리로 승부하는 기능 연구는 그들보다 먼저 시작하면 한번 겨뤄볼 만 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게놈 이후 세계 생명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게 되기까지는 과기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도움이 컸다. 쥐꼬리만한 연구비 마련을 위해 이일 저일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고, 총책임자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갈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이 사업 덕분에 마련할 수 있었다.
“남들이 무시하던 단백질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기능을 가졌다며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참 창의적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좋은 말로 창의적이지, `저 친구 좀 괴상한 사람 아니냐`는 뜻이 담겨 있었죠.”
연구를 시작한 뒤 스스로도 `망했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시행착오도 겪고 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초기 가설의 많은 부분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지금, 이제는 점점 크게 다가오는 새로운 영역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진단다.
“과학보다는 사람이 목적”이라는 김 교수가 가장 기뻤던 일도 국내외에서 직접 영입해 동고동락했던 연구팀원들이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에 좋은 자리를 찾아나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과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2~3년 뒤에는 대학원생이 없어 실험실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할 수 없이 외국으로 나가야 할까요.”
지난해 전세계의 한인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우수의과학자상`을 받기도 한 김 교수는 “평소 과학자의 표상으로 우러러 봤던 선배들도 많았는데 분에 넘친 상을 받았다”며 겸손해하면서도 학문후속세대의 부재에 대해 재삼 우려를 드러냈다.
●약력
▲81년 서울대 약대
▲83년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과학과 석사
▲91년 미 브라운대 이학박사
▲83~86년 한국과학기술원 유전공학연구소 연구원
▲94~2001년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부교수
▲2001년~현재 서울대 약대 부교수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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