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렇게 건의할 때는 들은 척도 않더니… 정부에서 창조경제의 주역이라고 벤처를 치켜세우지만 이럴 땐 기자님이 부럽네요."
누가 들어도 진짜 기자가 부러워서 하는 말은 아니다. '과장님 사라진 지 언젠데… 인사 트렌드 못 따라가는 정부'라는 본지 비판기사가 나간 뒤 즉각 개선하겠다고 나선 고용노동부에 대한 벤처업계의 서운함이다.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에 '과장급 5년 이상'이라는 낡은 인사기준을 고집해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본지의 지적에 고용부는 즉각 노력하겠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기업들의 유연한 직급체계가 지원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고 중소기업에서 제도활용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요건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다.
소식을 접한 벤처기업인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담당자에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아무리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입장이지만 '지원받는 사람이 무슨 불평이 그렇게 많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던 담당자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갑의 입장에서 주는 대로 받으라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대표는 "해가 지나도 바뀌지 않아 개선을 요구했더니 우리 회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것처럼 말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3 대한민국 벤처·창업 박람회' 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벤처·창업기업인이 있다"며 "정부는 새롭게 시작된 벤처활성화 불씨를 살려내고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행정 일선에서는 이들을 주역으로 대접하지 않고 있다. 벤처활성화를 위한 관련 제도가 끝없이 쏟아지지만 여전히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갑'이다.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퍼주기 정책이라도 '빛 좋은 개살구'다. 이용하는 사람에게 불합리한 제도라면 기자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만들기 전에 시정 조치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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