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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증시개편 방향
입력2003-06-16 00:00:00
수정
2003.06.16 00:00:00
증권시장 개편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개편논의는 마치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간 힘겨루기 양상처럼 전개되면서 증권시장의 경쟁력 강화라는 개편취지가 점차 희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갖게 한다. 거래부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청산ㆍ결제부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우려된다.
증권시장 인프라는 거래부문(front office)과 거래후 청산·결제와 예탁·권리행사 등을 담당하는 후선부문(back office)으로 이루어진다. 증권시장 인프라의 경쟁력은 거래부문과 후선부문 자체의 효율성과 각부문간 합리적인 관계구조 설정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특히 청산ㆍ결제 기능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증권시장의 신뢰도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홀히 다루어질 수 없는 부문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과 같은 주요 증시선진국에서는 청산ㆍ결제 등 후선부문에 대한 정비를 완료하였거나 현재 정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시장 구조개편 논의는 먼저 후선부문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후선부문의 첫번째 특징은 증권상품과 거래시장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지만, 청산ㆍ결제 과정은 대체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증시 선진국의 후선부문 통합 추세도 여기에 기인한다.
유사부문간 통합의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효과에 의한 거래비용의 감소, 위험의 집중 관리를 통한 결제위험의 감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청산기능과 결제기능의 통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거래이후 모든 과정이 일괄 처리되는 이른바 STP(straight through processing)를 용이하게 하여 증시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거래소시장, 코스닥증권시장, 야간거래시장인 ECN, 파생상품시장인 선물거래소 및 장외거래시장 등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증권예탁원은 이 가운데 코스닥시장, ECN, 장외거래시장 등의 청산·결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증권거래소시장의 경우 청산은 증권거래소, 결제는 증권예탁원에서 취급하고 있다. 청산과 결제가 별도 기관에서 이루어지면 불필요한 자금수요가 생기는 등 거래비용이 늘어나며, 증권시장의 효율성은 그만큼 반감된다. 따라서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청산ㆍ결제 부문은 후선업무 전문기관인 증권예탁원에 통합하여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증권시장의 경쟁력이 한층 제고될 것으로 믿는다.
증권시장 후선부문의 두번째 특징은 거래부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거래부문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위험은 거래당사자의 문제로 끝날 수 있지만, 청산·결제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시장참여자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청산·결제 기관의 소유·지배구조는 공익성에 부합되어야 한다.
증시선진국의 경우 거래소는 경쟁력에 중점을 두어 주식회사 체제를 지향하는 반면에 청산ㆍ결제 및 예탁을 담당하는 후선부문은 이용자의 이익에 부합되는 이용자 중심의 독립된 소유·지배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증권예탁원의 경우 증권거래소에서 7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증권시장 인프라 구조개편에는 여러 유관기관들이 관련되어 있어 필연적으로 기관간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그러나 효율성이 제고되는 올바른 구조개편은 장기적으로는 관련기관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윈윈게임(win-win game)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후선부문 구조개편 작업은 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그에 따른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노훈건(증권예탁원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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