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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1%대 물가 "경기둔화 따른 일시현상" "경제구조 자체 변화" 논란

유가·농산물값 안정 등 공급요인 영향 있지만 침체·고령화 수요요인도 커<br>일본식 장기불황 막으려면 규제완화 등 정책 총동원… 내수 살리기 적극 나서야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금통위가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저금리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변화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DB


'물가 파수꾼'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대 물가'의 폐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경고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저물가 현상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과도하게 낮은 물가가 경기둔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경제구조 자체의 변화인지에 대한 논란도 다시 점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지표상으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장마철이 낀 7월부터 물가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으로 오름세가 끝난 뒤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다시 저물가 문제가 불거진다면 이는 단순히 경기순환이 아닌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에 발목 잡힌 소비심리=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하며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의 중기물가안정목표인 2.5~3.5%에 비해 턱없이 낮고 한은의 올해 전망치(2.3%)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물가가 이처럼 낮은 것은 국제유가 하락에다 농산물 가격안정으로 '공급요인'이 안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무상보육 등 제도적 변화도 한몫했다. 하지만 공급요인으로만 최근 1%대 물가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간 경기침체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수요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인구구조 변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구조적인 총수요 변화에 기인할 수 있다"며 장기적 시계에서의 접근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최근 소비심리는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매판매액은 0.2% 감소하면서 전월(-0.5%)에 이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의 그늘은 여전히 짙다. 부동산 경기는 느리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 앞으로 가파른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절대적인 소비량 감소도 무시할 수 없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젊은 층이 줄어들면서 씀씀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규제완화 통한 내수 진작 필요=최악의 디플레이션의 예로 자주 언급되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1990년대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은 디플레이션 극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일본 사례는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소비감소가 물가하락을 부추기고 물가하락은 기업을 압박해 경기를 더 위축시키는 악순환 구조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소비가 줄어 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다. 소비와 직접 연관된 물가지수로 꼽히는 개인 서비스 소비자물가의 경우 올 들어 전년 동월 대비 0.8~1.3% 수준이다. 2010년(2.2%)이나 2011년(3.7%)보다는 낮지만 2012년(1.1%) 수준은 유지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ㆍ가계부채ㆍ인구구조 변화로 소비감소가 본격화하면 기업은 가격을 올렸을 때 오히려 매출이 떨어지면서 생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징조가 보인다면 초입 단계부터 미리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성장ㆍ저물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비스업 등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해외자본에 적극적으로 국내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나마 우리는 일본과 비교해 펀더멘털이 강하고 부동산 등 자산버블이 연착륙되고 있는 양호한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출구전략 등 대외 불안요인에도 성장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모든 정책을 동원해 경기를 떠받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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