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의료법인이 생긴다. 정부는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용을 추진하고 병원별 의료비와 수술 성공률 등을 공개해 병원 간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외국의 대형 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최첨단 대형 병원이 들어설 수 있게 됐으며 의료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골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상업 목적의 최첨단 병원 들어선다=기획재정부는 이날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리의료법인의 설립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오는 13일 의료 분야 토론회를 갖는 등 각계 의견수렴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인인 의사와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으며 국내 대형 자본은 규제에 막혀 의료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면 대형 자본이 영리 목적으로 첨단병원을 만들 수 있게 돼 초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부유층이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의료 쇼핑’이 줄어들어 연간 6,000만달러가 넘는 의료수지 적자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의료기술은 뛰어난 편이지만 병원 체계가 영리 목적으로는 운영할 수 없게 돼 첨단 의료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고소득층에서는 해외 의료 쇼핑이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 법인에 한해 영리법인이 허용돼 있지만 전국적으로는 좀 더 의견수렴을 거친 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료비 상승 등 부작용 없나=영리의료법인 허용은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의료비 상승과 의료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에 막혀 그동안 논의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영리법인이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없고 국민들의 보험료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반인들의 경우 지금처럼 건보 급여를 적용 받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할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료기관의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것을 우려하지만 이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영리의료법인이 스스로 당연지정을 거부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재정부는 전망했다. 정부는 아울러 의료법인 간 경쟁이 촉진돼 오히려 진료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보공개로 의료서비스 질 개선=정부는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병원의 의료비와 수술 성공률, 병상 수, 병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결과 등 각종 의료서비스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서비스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한 만큼 소비자에게 병원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다. 이상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 등 진료 결과와 진료에 드는 비용, 즉 가격정보와 품질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경쟁을 통한 공급자 간의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서비스 정보공개는 지난 민관 공동위원회에서 논의됐던 내용인 만큼 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공개할 정보의 범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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