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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까지는 아직 몇 단계의 고난의 과정이 있다. 하지만 부단히 가겠다. ”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CNN 코리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과학기술)혁신의 가능성과 인식’을 주제로 연설하면서 최근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의 결별선언으로 느낀 감정을 토로했다. 이번 행사는 섀튼 교수 파문 이전에 미국 케이블방송사인 CNN의 국내 행사로 예정돼 있었는데 황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황 교수 ‘역경과 고난 극복하겠다’=황 교수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강연 도중 팔을 들어 보이면서 “어제 만난 노스님이 직접 팔목에 채워준 염주”라며 “이것을 끼고 부처님의 자비와 참사랑을 마음에 새기라는 말씀이 있었다. 아마 도전과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신 지혜와 혜안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말은 섀튼 교수의 탈락으로 ‘줄기세포허브’의 국제 네트워크에 난관이 생긴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섀튼 교수는 해외 지역허브 가운데 중요한 축인 미국쪽 담당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다만 “기꺼이 난자를 제공해준 성스러운 여성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난자 이용에 윤리적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확신에도 불구하고 1시간 가량 진행된 기조연설 내내 황 교수의 표정은 어두웠으며 단어 하나하나도 신중히 사용했다. 그리고 연설이 끝나자마자 비상구를 통해 급히 빠져나감으로써 취재기자들을 피했다. 황 교수팀의 대변인격인 안규리 교수는 “아직 섀튼 교수와는 연락을 하지 못했다”며 “섀튼 교수가 말한 내용을 충분히 조사한 뒤 정직하게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국내외 취재진 1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윤리논란 배경은 논공행상 불만 때문(?)=황 교수팀의 윤리논란은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이후 논공행상 과정에서 불거진 불만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섀튼 교수가 공동연구 중단을 선언하는 과정에서 황 교수팀 내부인의 음해성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과학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정부가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 문신용 교수 등에게 훈ㆍ포장 및 대통령 표창을 수여할 때인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황 교수와 문 교수에게 과학기술인 최고훈장인 창조장과 혁신장을,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이병천 서울대 교수에게 도약장을, 서울대 안규리 교수와 강성근 교수에게는 진보장을 각각 수여했다. 또한 황정혜 한양대 교수에게는 과학기술포장을, 박종혁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등 4명에게는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하지만 논공행상에서 밀려난 일부 인사가 황 교수와 문 교수 등에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분란’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다니고 있다. 안 교수도 “황 교수를 음해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예전부터 많았기 때문에 이번 사안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고 말해 이 같은 음해론자가 많았음을 일부 인정했다. 여기에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데는 황 교수팀에서 일했던 직원의 악의적 제보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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