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출시된 재형저축펀드 60개 중 48개 펀드에 자금 유입이 전무한 수준이다. 게다가 한 상품에 자금이 몰려 있어 대부분 재형저축펀드는 출시 초반 흥행에 실패한 꼴이 됐다. 재형저축펀드에 들어온 56억원의 자금 중 절반 가량인 26억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채혼)에 몰려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재형저축과 비교해 증권사의 재형저축펀드의 매력이 떨어진다”면서 “고객들의 문의는 있으나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설정 후 수익률도 대부분의 은행들이 제시한 4.5% 수준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펀드 설정 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인 삼성재형아세안자 1[주식]은 3.2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재형아세안자 1[주식]을 제외한 모든 재형저축펀드는 3% 이하의 수익률을 보였다. 심지어 24개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주식에 투자하는 재형저축펀드가 수익률 하위권을 점령했다. 신한BNPP재형봉쥬르차이나오퍼튜니티자(H)[주식]은 설정 후 -4.07%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NH-CA차이나포르테재형자[주식](-3.42%), 삼성재형차이나본토자 1[주식](-3.08%)도 3% 이상의 손실을 봤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재형저축펀드의 인기가 없는 이유를 은행의 자사 상품 추천과 고객들의 안전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은행에서 재형 상품을 판매할 때 불완전판매 문제 제기 가능성이 적은 은행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낮은 상황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펀드를 선택하기보다 4% 이상의 고금리를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은행 상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10년간 연 600만원 한도에서 40%를 소득공제하는 장기세제혜택펀드를 거론함에 따라 앞으로 재형저축펀드의 인기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함정운 한국투자신탁운용 리테일영업본부 상무는 “장기세제혜택펀드는 소득공제를 보장하기 때문에 이익ㆍ배당에 대해서 비과세 혜택을 주는 재형저축펀드보다 매력적이어서 출시된다면 펀드를 갈아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면서도 “장기 세제혜택 펀드는 국내 주식에 40%이상 담는 펀드로만 한정되기 때문에 재형저축펀드보다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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