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투신운용이 합병해 대형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한다. 이는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외국계의 국내 진출 등 자본시장의 ‘빅뱅’을 앞두고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각종 제도 보완을 통해 자산운용사의 대형화 및 특화를 유도하고 있어 이번 합병을 계기로 자산운용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단숨에 국내 1위 운용사 도약= 미래에셋은 12일 세계 시장 진출과 국내 자산운용산업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투신운용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해외 현지 운용사 설립 및 인수 등 글로벌 진출 전략을 강력 추진하려면 운용자산 등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합회사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하고 초대 통합대표는 구재상 현 미래에셋자산 사장이 맡는다. 또 주식 CIO(투자담당임원)에는 손동식 현 미래에셋자산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이후 미래에셋의 자산운용은 주식형ㆍ채권형 펀드에 중점을 둔 통합법인과 부동산펀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등 대체투자로 특화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두 축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신규 통합법인은 국내 1위의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난 8일 현재 미래에셋투신과 자산운용의 수탁액은 각각 9조7,132억원, 8조5,038억원. 합병 이후에는 총 18조2,440억원으로 삼성투신운용(18조9,271억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삼성측의 수탁액에는 연기금풀(1조1,200억원)이 포함돼 있어 미래에셋이 사실상 1위를 차지하게 된다. 특히 주식형 수탁액의 경우 자산운용 7조4,685억원, 투신운용 6조3,607억원 등 총 13조8,292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32.4%에 달한다. 2위인 한국투신운용(점유율 8.4%ㆍ3조5,878억원)과 격차를 24%포인트로 벌리면서 굳건한 아성을 쌓게 된다. ◇자산운용업계 빅뱅 오나= 이번 합병은 대형화 등 펀드 시장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SK-세종투신(맵스자산운용), 외환-코메르쯔(랜드마크자산운용) 등 소형 업체간의 합병은 간혹 있었지만 대형사간의 합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008년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은 업체간 이합집산을 강요하고 있다. 은행, 보험은 물론 자산운용과 증권사간의 장벽이 허물어질 경우 대형화나 특화는 생존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압박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머니마켓펀드(MMF)의 경우 익일입금제 실시 이후 수탁고가 급감하고 있다. 또 최근 입법예고한 대로 1인 사모펀드를 인정해주지 않을 경우 자산운용사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립식 펀드 열풍, 퇴직연금제도 실시, 연기금의 주식 비중 확대 등으로 대형 외국계 운용사의 국내 진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피델리티, PCA, 프랭클린 템플턴, 푸르덴셜, 알리안츠글로벌, 슈로더, 도이치, 맥쿼리 등이 이미 진출했고, ING베어링과 JP모간 등도 신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중소형 운용사들의 생존 전략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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