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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 상태속의 경제(사설)

나라가 총체적 위기다. 외환시장에서는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폭등, 거래가 중단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 5백선이 다시 깨지면서 침몰 일보직전이다. 은행은 대출을 기피, 자금시장은 완전마비다. 신용공황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아예 현재의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어 국정을 포기한 것같은 느낌이다.시기적으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변명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정국에다 국회는 표를 의식, 금융개혁법을 차기정권의 과제로 넘겨버렸다. 현 정권도 레임덕현상이 가장 심화되는 1백일이 엊그제 지났다. 공무원사회는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복지불동이다. 상명하복의 기강도 무너져 내리고 있는 판국이다. 그러나 지금이 대선정국, 정권의 임기말이라 해도 너무한 것같다. 경제가 결단나면 「대한민국」호도 가라앉는데 선장이 팔장만 끼고 바라보고 있다면 이것은 책임회피요, 직무유기다. 김영삼대통령의 적극적인 국정관리가 요청된다는 의미다. 김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출범후 개혁과 사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그동안 군사정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김대통령의 인사난맥에도 불구,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깜짝 쇼」가 계속되면서 경제는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국가는 회사와는 달리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실험이 반복됐으니 국가경제는 벼랑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사실 문민정부 5년은 구호만 요란했을뿐 내실이라곤 거의 없었다. 국민들은 현 정권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그만큼 정부불신이 깊은 탓이다. 정권출범때의 절대적인 지지도와 오늘을 대비한다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정권을 넘겨주는 내년 2월25일까지는 짧은 기간이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할 일도 많은 것이 안타깝기만하다. 대선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경제살리기다. 요즘의 경제는 세계와 동시성이다. 24시간 움직이면서 시간마다 다르게 변한다. 제 때에 맞는 처방을 내놓지 않으면 자칫 실기하게 마련이다. 지금의 경제팀이 하는 것이 그랬다. 이미 중병이 들어 너무 늦었는데도 약방문을 내놓는 꼴은 앞으로는 안된다.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경제를 이런 상태로 다음 정권에 넘겨서는 안된다.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가도 파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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